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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역시 괴물은 괴물이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포스트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오타니는 1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플러싱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메츠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8-0의 완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의 여파로 인해 올해는 타석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전 세계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54홈런-59도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은 분명 정규시즌에 한참을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이후 17일 경기 전까지 6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222 OPS 0.677을 기록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율에 비해 오타니의 존재감은 분명했다. 그 이유는 주자가 있을 때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이 끝난 시점에서 오타니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19타수 무안타로 허덕였다. 반면 유주자 상황에서 오타니는 8타수 6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즉 1번 타자 '테이블세터'로서의 역할만 아쉬웠던 셈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17일 경기로도 이어졌다.
오타니는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메츠 선발 루이스 세베리노를 상대로 1루수 땅볼에 그쳤다. 그리고 3회초 다시 한번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냈으나, 5회초 선두타자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익수 뜬공에 머무르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게다다 키케 에르난데스의 홈런을 바탕으로 4-0까지 달아나는데 성공한 6회초 2사 주자 없는 네 번째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리드 개럿에게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8회초 윌 스미스의 볼넷과 키케 에르난데스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메츠의 바뀐 투수 타일러 메길의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 스트라이크존 몸쪽 낮은 코스에 형성된 89마일(약 143.2km)의 커터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그리고 이 타구는 배트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오타니가 친 발사각도 37도의 타구는 무려 115.9마일(약 186.5km)의 속도로 뻗더니, 397피트(약 121m)를 비행한 뒤 시티필드의 우익수 뒤쪽 관중석 3층에 떨어지는 스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이 홈런으로 다저스는 사실상 승기를 잡았고, 9회초 공격에서 맥스 먼시가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을 폭발시킨 결과 3차전을 8-0으로 승리하며, 월드시리즈(WS) 진출까지 이제 단 2승만 남겨두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오타니의 홈런 타구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으로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 사이트인 '스탯캐스트' 소속의 데이비드 애들러는 "스탯캐스트의 타격 트래킹에 따르면 시티필드 파울 폴을 넘어가는 오타니의 문샷 홈런"이라며 "스탯캐스트가 도입된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높은 발사각도(37도)로 115마일(약 185.1km) 이상을 기록한 유일한 홈런"이라고 전했다. 정규시즌이 아닌 포스트시즌에서도 '최초'의 업적을 달성한 것이다.
오타니는 자신의 홈런을 어떻게 봤을까.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쳤을 때는… 좋았네요"라며 "타구가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파울 폴의 통과 시점에서 꽤나 안쪽이었다. 홈런인 줄 알았다. 뉴욕에서 3연전의 첫 경기이기 때문에 몇 점을 뽑아도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좋은 홈런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오타니는 이날 홈런을 바탕으로 주자가 없을 때에선 22타수 무안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9타수 7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상황에 따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홈런 전까지 1볼넷 밖에 얻지 못했다. 주자가 없는 타석에서도 더 출루해서 좋은 상황을 만든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포스트시즌은 상대 팀에서도 톱클래스의 선수가 나온다. 그만큼 안타, 홈런을 치는 건 어렵다. 올해가 첫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며 "감각 자체는 나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바꾸는 것보다 좋은 포인트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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