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현역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야수들 중에서는 가장 오랜기간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었던 강민호가 드디어 설움을 풀었다. 그것도 자신의 힘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강민호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포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그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08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으나, 당시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2010년 다시 한번 롯데가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됐으나, 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는 못했다.
2011시즌에는 롯데가 플레이오프 직행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은 손에 넣지 못했고, 2012년에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는 것이 그쳤다. 이어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기 직전이었던 2017시즌 다시 한번 가을야구 초대장을 손에 쥐었으나, 준플레이오프 이상의 무대로 오르진 못했다. 그리고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에도 강민호는 좀처럼 한국시리즈와 연이 닿지 않았다.
지난 2021시즌에는 삼성이 KT 위즈와 사상 초유의 타이브레이커 결정전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무릎을 꿇으며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해 3전 2선승제로 진행된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강민호는 또다시 한국시리즈 진출을 다음으로 이루게 됐다. 이렇게 누적된 기간은 무려 20시즌. 정규시즌 경기수만 놓고 본다면, 2369 경기로 현역 야수들 중에는 최장기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2021시즌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한 삼성은 대구에서 열린 1~2차전에서 LG를 무너뜨리며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잠실에서 진행된 3차전에서 5-7로 패했지만, 삼성의 입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결과 19일 4차전에서 강민호가 자력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어내며, 길고 길었던 설움을 풀게 됐다.
이날 강민호는 경기 시작이 좋았다. 강민호가 빛난 장면은 수비였다. 1회말 선발 데니 레예스가 홍창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후속타자 신민재의 타석에서 홍창기가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는데, 이때 강민호가 '강견'을 바탕으로 홍창기를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강민호가 도루 저지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회말에는 오지환이 안타를 친 뒤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번에도 강민호가 완벽한 송구를 통해 주자를 지워냈다. 홍창기의 경우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의 타이밍이었다고 한다면, 오지환은 완벽한 아웃이었다. 태그가 된 후 오지환은 아쉬워 하지도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1루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특히 선발 데니 레예스와 호흡도 빛났다. 강민호는 1~2회 도루저지를 바탕으로 레예스에 어깨에 힘을 실은 뒤 무려 7회까지 호흡을 맞추며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어냈고, 이러한 가운데 방망이까지 폭발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인해 어느 한 쪽으로도 무게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고 있던 7회초 강민호는 LG의 바뀐 투수 손주영을 상대했다. 그리고 3B-1S의 매우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5구째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높은 코스에 형성되는 147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긴 결과 이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강민호의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홈런은 롯데 시절이던 지난 2011년 10월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 SK 와이번스전. 무려 4751일 만에 가을무대에서 짜릿한 손맛을 보게 됐고, 이 홈런으로 삼성은 뒤늦게나마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홈런은 결승점으로도 이어졌다.
삼성은 선발 데니 레예스가 7이닝 동안 투구수 110구, 3피안타 2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한 뒤 본격 불펜을 가동했고, 임창민(1이닝)과 김재윤(1이닝)이 차례로 등판해 실점 없이 뒷문을 걸어잠그며 3승째를 확보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현역 최장기간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던 강민호도 드디어 설움을 풀 수 있게 됐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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