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일드라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뜨겁다.
19일 방송된 '정년이' 3화에서는 주인공 정년이(김태리)가 '매란의 왕자' 문옥경(정은채)을 등에 업고 실력 없이 매란에 들어왔다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결전의 무대이자 자신의 인생 첫 국극 무대인 '춘향전'에서 '방자'라는 주요 배역을 소화해내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연구생 동기 초록(현승희)과의 내기 탓에 '정기공연 오디션 대본'을 손에 넣어야만 매란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정년이는 자신에게 '정기공연 오디션 대본'을 따로 건네며 쉬운 길로 이끄는 옥경의 제안에 일순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정중히 거절하고 정공법을 택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정년이는 '자신만의 방자'로 향하는 힌트를 찾았다. 정년이는 국극단 마당을 쓸다가 빗자루를 밟고 넘어진 초록의 모습에 주변 모두가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곤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웃기되 관객들의 반응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자. 그것이 '춘향전'의 광대, 방자인거여"라며 국극단을 박차고 나갔고, 그 후로 매란에 두문분출하며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년이는 공연 전날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혜랑(김윤혜)은 연구생 공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영서(신예은)를 찾아와 '매란 국극단' 이름을 걸고 올리는 공연을 망칠 셈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영서는 공연을 망칠 생각은 없다며 자신이 이몽룡 뿐만 아니라 방자까지, 1인 2역을 소화하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영서는 1인 2역을 완벽하게 시연하며 혜랑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이윽고 결전의 연구생 자선 공연날이 밝았지만, 공연 시작 40분 전까지 정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영서를 제외한 나머지 연구생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정년이는 분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며 궁금해하는 주란(우다비 분)에게 "방자 찾느라 늦었지"라고 뜻 모를 소리를 해 궁금증을 더욱 높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영서는 자신감 넘치는 자태로 무대에 섰다. 반면 첫 대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한 듯 보였던 정년이는 이내 무서운 기세로 캐릭터에 몰입해 익살스러운 연기로 객석을 쥐락펴락하며 주인공 이몽룡 못지않게 주목 받는데 성공했다. 마치 연기에 눈을 뜬 것처럼 보이는 정년이의 변화 뒤에는 남모를 노력이 숨어있었다. 앞서 주란과 기분전환 삼아 장터에 갔다가 관람했던 탈춤꾼의 재주가 자신이 찾던 방자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 동안 탈춤꾼을 스승삼아 따라다니며 몸짓 하나로 주변 모두를 웃게 만드는 재주를 보고 배웠던 것.
정년이의 독무대처럼 된 상황에서도 영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존재감과 실력을 뽐냈고, 정년이는 무대 뒤에서 이 모습을 황홀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정년이와 영서가 무대를 함께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된 셈. 이 와중에 정년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정년이가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자 샘이 난 초록 일당이 방자의 소품인 나무 지팡이를 미리 부러뜨려 놓은 것.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영서는 미리 정년이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정년이는 영문을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정년이는 중요한 감정씬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부러진 지팡이 탓에 무대에서 고꾸라져 버렸다. 공연의 흐름이 완전히 끊겨버리자, 보다 못한 영서는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다. 그 순간, 정년이는 집중력을 되찾고 일순간 좌중을 압도하는 눈물 연기로 전화위복을 이뤄냈다. 결국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한 정년이는 소복(라미란)으로부터 정기공연 오디션 대본을 받아내고 실력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영서는 정년이의 단꿈 같은 시간을 산산 조각내며 "설마 네가 잘해서 오늘 무대를 잘 마쳤다고 생각해? 착각하지 마. 무대 망치기 싫어서 내가 너한테 맞춰줬던 거야"라고 쏘아붙여 둘 사이의 갈등을 한층 깊어지게 만들었다.
정년이의 연기는 옥경과 혜랑의 사이에도 자그마한 파란을 일으켰다. 옥경이 "어쩌면 윤정년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으로 더 큰 배우가 될 지도 몰라"라며 흥미로워하자, 반발심이 든 혜랑은 영서의 실력을 한층 높이 사며 대립각을 세웠다. 옥경은 영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어째서 혜랑이 영서의 한계를 외면한 채 힘을 실어주는지 의문을 던졌다. 이에 혜랑 역시 옥경이 정년이의 치명적인 단점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오늘 공연에서 모두가 윤정년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그거, 그건 윤정년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윤정년은 다음 공연에서 자멸할 거야”라고 예측해 궁금증과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발생했다. 주란이 팔을 다치는 바람에 아픈 언니의 약값 마련을 위해 남몰래 일하던 다방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 정년이는 주란이 완쾌할 때까지 대신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일이 단단히 꼬이고 말았다. 정년이가 매란 단원임을 알게 된 다방 주인이 정년이를 다방 무대에 세우려 한 것. '매란 밖에서 소리를 팔지 말라'는 소복의 엄포가 있었던 만큼 정년이는 강하게 거절했지만 다방 주인은 주란이를 해고하겠다며 압박했다. 정년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노래를 불렀고, 때마침 같은 곳에 있던 방송국 피디 박종국(김태훈)과 가수 패트리샤(이미도)의 눈에 띄었다. 게다가 종국은 정년이를 스타로 만들고 싶다며 스카우트 제안까지 했다. 이처럼 본의 아니게 매란의 원칙을 어겨버린 것도 모자라, 만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버린 '낭중지추' 정년이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한편 극 말미에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년이가 소리를 하는 것을 반대해 온 엄마 용례(문소리)가 과거 판소리 천재 소녀로 불렸던 채공선이었던 것. 말없이 목포를 떠난 정년이를 찾기 위해 매란 국극단을 찾아온 용례는 정년이의 손을 잡아 끌며, 급기야 자신도 소리꾼의 길을 걸어봤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 같은 실랑이를 목격한 소복은 다가와 용례에게 "오랜만이다 공선아"라고 인사했고, 정년이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에 용례가 정년이의 국극길을 반대하게 한 이유이자 '채공선'이라는 이름을 버리게 만든 과거사가 무엇일지 궁금증이 모인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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