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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배 아파서 안 보내고 있구나…”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포수 강민호(39)는 정규시즌 통산 2369경기 출전을 자랑한다. 그러나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데뷔전을 갖는다. 불혹에 데뷔전이라니, 말이 된다. 21일 2024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은 강민호의 한국시리즈 데뷔전이다.
정규시즌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로 한정할 때, 한국시리즈를 1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는 강민호과 손아섭(NC 다이노스, 2058경기)이 ‘유이’하다. FA 계약 통산금액 상위 클래스들을 돌아봐도 한국시리즈를 1경기도 뛰지 못한 선수는 두 사람과 이대호 정도다. 그나마 이대호는 끝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못 밟아보고 은퇴했다.
강민호와 손아섭은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강민호는 2018년에 FA 계약을 통해 삼성으로 옮겼으나 삼성도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21년에 플레이오프를 치른 게 포스트시즌의 전부였다.
손아섭도 2022시즌 NC로 이적한 뒤 2023년에 와일드카드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에 진출, 한국시리즈 진출을 타진했으나 실패했다.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서 먼저 2승을 하고 3연패하며 끝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못 밟았다.
강민호는 데뷔 21년만에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갖는다. 삼성이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통과했다. 심지어 19일 4차전서 직접 결승 좌월 솔로포를 때리면서 기쁨이 배가됐다. 20일 광주 라마단호텔 충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서 단연 화젯거리였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강민호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축하하다고 했다. 강민호도 고마워했다. 강민호는 손아섭에게 플레이오프 2차전 직후 메시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1~2차전을 삼성이 모두 잡았다. 2승으로 매우 유리해진 형국.
그러자 손아섭은 강민호에게 “형 드디어 (한국시리즈)냄새 맡네요”라고 했다. 강민호가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라고 한 걸 차용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정작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에는 강민호에게 아무런 축하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고.
강민호는 “4차전 끝나고 (손아섭의)축하 문자는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웃더니 “아마 배 아파서 안 보내고 있구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 혹시 강민호가 먼저 손아섭에게 연락을 할 생각은 없을까. 강민호는 당당하게 “(메시지)안 보내죠”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강민호는 롯데 시절 후배들을 챙겼다. 손아섭과 전준우, 정훈 등등 오랫동안 현역으로 뛰면서 한국시리즈 문턱을 못 밟은 선수들에게 “나도 솔직히 항상 한국시리즈에 한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었다. 어제 경기로 그 꼬리표를 떼어서 굉장히 기쁘고 기분이 업 됐다. 아섭이나 (전)준우나 훈이도 할 수 있다. 파이팅해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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