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언젠간 떨쳐내야 할 두려움, 언젠가 없어져야 할 네트.”
KIA 타이거즈 에이스 제임스 네일(31)에게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결과만큼 내용에도 관심이 쏠렸다. 네일이 8월2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오른쪽 턱을 강타당한 뒤 첫 실전이었기 때문이다.
구단은 9일 상무와의 연습경기 1회초에 보호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네일이 2회초가 되자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물망이 사라져도 네일은 네일이었다. 14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서는 손호영이 타격한 방망이가 부러졌다. 그 파편이 공교롭게도 네일에게 향했다. 그렇지만 네일은 침착하게 타구를 잡고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과 다르다. 네일도 “한국시리즈서 75구를 던지는 것과 정규시즌서 75구를 던지는 건 확실히 다르다. 한국시리즈에 던지는 것에 훨씬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몸 상태, 어깨 상태 모두 괜찮은 걸 느꼈다”라고 했다.
더구나 악천후로 66분간 기다린 끝에 시작됐다. 5이닝 동안 두 차례 실책도 있었다. 결국 패전 위기지만, 자신과의 싸움서 이겼다. 네일은 “벤치에서 대기하면서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얘기를 많이 했다. 비가 왔다가 멈췄다가, 또 오는 건 굉장히 안 좋을 수 있다. 어쨌든 모든 선수에게 똑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여러모로 정신적으로 강인하다. 턱 보호를 위해 마우스피스를 끼기 시작했을 뿐이다. 네일은 “언젠간 떨쳐내야 할 두려움이었고, 언젠간 없어져야 할 네트였다. 당시 1회를 던지고 충분히 네트 없이 투구를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치워달라고 했다. 어제도(한국시리즈 1차전) 두려움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데 억누르면서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네일은 6회 김헌곤에게 우월 솔로포 한 방을 맞았다. 그래도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잘 던졌다. 23일 1차전이 재개되면 최종성적이 5이닝 2실점이 될 수도 있다. 패전투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네일은 동료를 믿었다. “정규시즌도 이런 상황이 많았다. 경기 후반에 뒤집어서 이긴 경우가 많다. 삼성전서 그런 경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우리 타자들을 많이 신뢰한다. 당연히 역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불펜투수들이 무실점하고 내려가면 충분히 타자들이 뒤집을 것이다”라고 했다.
KIA는 그런 네일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잊지 말자. 네일이 턱 수술을 받을 때만 해도 올해 복귀를 장담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를 못 뛸 뻔했던 이 투수는 이미 작은 인간승리를 이룩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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