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그냥 (전)상현이로 밀어붙이자.”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 위기. 가을비는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에게 사실상 이틀이라는 고민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범호 감독은 장고 끝 최고의 한수를 뒀다. ‘장고 끝 악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늘 코치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때문이다.
KIA로선 21일에 만들어진 이 위기를, 23일 16시에 무조건 극복해야 했다. 우선 볼카운트 1B의 김영웅이 강공으로 그대로 밀어붙이는 시나리오와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시나리오 모두 고려했다. 100% 수비를 하지 않되, 1루수 서건창과 3루수 김도영이 약간 전진했다. 그리고 유격수 박찬호는 2루를 커버했다.
21일 경기서 장현식은 강민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상태였다. 김영웅에게도 초구에 볼을 던지며 흔들렸다. 이범호 감독은 우선 교체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교체를 하면 누구를 올려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 생각을 이틀간 한 것으로 보인다.
22일에 내린 결정과 23일에 내린 최종 결정이 달랐다. 23일 2차전까지 끝나고서야 이범호 감독에게 고민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범호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본래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이준영을 한번 쓰고 메인 셋업맨 전상현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냥 처음부터 전상현으로 밀어붙이기로 생각을 바꿨다. 손승락 수석코치,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의 의견까지 종합한 결과였다.
이범호 감독은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우리 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가 누구일까, 가장 안정적인 투수가 누구일까 생각했다. 상현이가 제일 좋겠다고 얘기를 나눴고,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 상현이가 확실하게 막아줬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이범호 감독은 “번트를 대면 1점을 주는 야구를 하려고 했다. 본래 준영이로 한번 끊고 볼넷이 돼서 만루가 되면 상현이를 올릴 생각이었다. (김영웅을)잡더라도 1사 1,2루서 상현이를 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그냥 바로 상현이를 붙이기로 했다. 밀어붙였다”라고 했다.
메인 셋업맨 전상현이 정규시즌엔 6회에 마운드에 오를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경기는 한국시리즈, 그리고 무조건 뒤집어야 하는 1차전이었다. 가장 좋은 불펜을 최초의 위기에 쓰는 게 맞다. 이범호 감독의 말대로 그게 정공법이다.
전상현은 1.2이닝을 2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막았다. 익스텐션이 좋아 140km대 후반의 공도 150km 이상의 체감 효과가 있는 투수다. 올 시즌을 치르면서 150km 패스트볼을 회복했다. 아울러 절친한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과 김원중에게 익힌 그립으로 포크볼을 업그레이드, 후반기에 언터쳐블로 거듭났다.
전상현은 이미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 기간에 “7경기를 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준비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2차전에 나가지 않았지만, 잔여 5경기 모두 대기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곽도규~전상현~정해영이 최고의 필승공식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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