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최고령이라고요?”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이 한국시리즈 토종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다. 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5.1이닝 8피안타 5탈삼진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KIA의 8-3 승리를 견인했다. 36세7개월22일이다.
물론 외국인투수들을 포함한 한국시리즈 최고령 투수는 라벨로 만자니오의 39세18일(LG 트윈스, 2002년 11월4일 대구 2차전)이긴 하다. 그러나 양현종은 36세6개월2일의 조계현(두산 베어스, 2000년 11월3일 잠실 4차전)을 넘어섰다.
양현종은 취재진에 이 사실을 듣고 ‘찐’으로 놀란 표정. 그는 “내 몸은 아직도 27살 같은데, 최고령은 (최)형우 형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이게 나한테 붙은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1988년생 양현종은 올해 36세, 한국나이로 37세다.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선수는 많다. 그러나 양현종처럼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는 선수는 많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각 팀 선발로테이션이 젊게 재편되는 기조가 뚜렷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늘 푸른 소나무처럼 자기를 지켰다. 그냥 지킨 게 아니라 늘 완벽한 자기관리가 뒤따랐다.
양현종은 잔심으로 최고령 기록을 반기지 않았다. “난 아직 최고령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야구를 더 오래 하고 싶고, 더 많이 던지고 싶기 때문에, 이런 기록은 다른 선수들, 형들이 더 잘해서 깨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양현종의 바람이 이뤄질 수도,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확률상 향후 양현종이 이 기록을 다시 깰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어쩌겠나. 양현종이 걸어온 길이 그랬다. 최고령 기록을 쌓을 정도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정규시즌 통산 179승, 2503⅔이닝, 2076탈삼진이다. 탈삼진은 이미 통산 1위이고, 다승과 이닝도 통산 1위 송진우(210승, 3003이닝)에게 서서히 다가선다. 향후 3~4년간 꾸준히 10승, 170이닝 이상 쌓으면 넘을 수 있다. 이 정도의 전설적인 커리어를 쌓았고, 다가서고 있는데 최고령 타이틀을 갖는 건 자연스럽다.
양현종은 “초반에 타자들이 점수를 넉넉하게 뽑아주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승부한 게 주효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지만, 중간투수들이 최소실점으로 막아줬기 때문에 기분 좋게 2연승했다. 김지찬의 방망이 반응을 보니 삼성이 공격적으로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굳이 피할 생각은 없었다. 몸 풀 때부터 직구의 힘이 괜찮아서 장타나 연속안타는 맞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추운 날씨에서 던지는 건 투수들의 로망이다. 양현종은 “모든 야구 선수가 추운 날에 던져보고 싶어 한다. 날씨도 춥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던지는데 아무런 지장 없었다. 내가 컨디션이 좋고 자신 있게 던진다면 원 사이드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가을비로 한국시리즈 일정이 늘어났다. 1차전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나흘 쉬고 26일 4차전에 나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양현종도 나흘 쉬고 28일 5차전에 나갈 수 있다. 양현종은 “잘 쉬고 5차전에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2~3승을 해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분위기가 왔을 때 잡고 가야 한다. 5차전에 맞춰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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