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한 게임을 잡아줄 선수가 안 보인다"
류중일 감독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 앞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이번 대표팀의 전력 등 때문이다.
대표팀은 35인으로 구성된 예비엔트리를 꾸리는 과정에서부터 '부상'이라는 변수와 맞닥뜨렸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큰 힘을 보탰던 문동주(한화)가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면서, 선발 자원 한 명을 잃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부상자는 쏟아졌다.
올해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로 드디어 재능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손주영(LG)이 팔꿈치 굴곡근 회내근 1도 좌상 진단을 받았고, 대표팀 외야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자욱(삼성)이 왼쪽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을 당했다. 구자욱의 경우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 이지마 접골원을 방문해 치료를 진행했지만, 부상을 당했던 지난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아직까지 타석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첫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부상 조심하고 즐겁게 하자'고 말했다"면서도 "구자욱은 물음표다. (손)주영이도 KBO에서 연락이 왔는데, 부상과 관련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더라. 아픈선수를 구단에서 보내주겠나? 내가 볼 때 (구자욱도)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35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를 대표팀 훈련에 추가 소집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 전력을 걱정했다. 사령탑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선발진이다. 조별리그 일정을 고려했을 때 최소 4명의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 소속팀에서 선발로 뛰고 있는 원태인(삼성)과 곽빈(두산), 고영표, 엄상백(이상 KT) 등 자원은 있지만, 마땅한 1승을 책임져 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게 류중일 감독의 설명이다.
류중일 감독은 "지금 명단을 보면 선발 투수가 없다. 안 보인다. 원태인, 곽빈, 고영표, 엄상백, 최승용이 있긴 하지만, 한 게임을 잡아줄 선수가 안 보인다"며 "나같은 경우 높은 공을 잘 치는 궤적, 낮은 공을 잘 치는 궤적인지를 보고 판단하는데, 일단 어떤 팀을 상대로 누구를 넣을지는 훈련을 해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초대 프리미어12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4강 진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어린 선수 위주의 엔트리를 구성했으나, 메이저리거 요안 몬카다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쿠바, 멜 로하스 주니어가 출전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사사키 로키(치바롯데)와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가 제외됐으나, 여전히 강력한 일본에 비하면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은 "일본을 가서 봤지만 쿠바와 도미니카 선수들이 잘 치더라. 보고서를 보면 아시아권에서 활약하는 쿠바, 도미니카 선수들이 다 온다고 하더라"며 "대만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선수였을 때, 코치였을 때, 감독으로 볼 때가 또 다르더라. 기본기와 이런 것들이 일본 야구 쪽으로 많이 가는 그림이다. 예전에는 힘으로만 야구를 했었다면, 지금은 야구를 하는 그림들이 많이 바뀌었다. 한 팀도 쉬운 팀이 없다"고 우려했다.
걱정은 마운드 뿐만이 아니다. 구자욱이 빠질 가능성이 높고, 노시환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서 4번 타자에 대한 고민도 안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장종훈 타격코치가 '4번은 어떡해요?'라고 하더라. 고민이 조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류중일 감독은 '우승'이 아닌 '4강'을 목표로 잡았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전력으로는 4강을 목표로 잡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 있다. 사령탑은 "일본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일단 프리미어12도 중요하지만,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향해서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자세히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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