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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가장 긴 시즌을 보낼 수 있어 영광스럽다"
다저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브롱스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WS) 5차전 맞대결에서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1981년 월드시리즈 이후 무려 43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서 양키스와 맞붙게 된 다저스는 1차전에서 프레디 프리먼의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바탕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흐름을 타기 시작하면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앞세워 2차전도 잡아내더니, 3차전 또한 승리하면서 2020년 단축시즌 이후 4년 만의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전날(30일) 뒤늦게 불이 붙은 양키스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완패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다저스는 이날 'MVP' 프레디 프리먼과 무키 베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무려 6타점을 합작하면서 0-5로 뒤지던 경기를 7-6으로 뒤집고 짜릿한 역전승으로 최정상의 무대에 올랐다. 이 우승으로 오타니 쇼헤이 또한 이적 첫 시즌부터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조기에 종료했다. 2024시즌엔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오타니의 몸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으나, 다저스는 야구천재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10년 7억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오타니의 올 시즌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여러 악재들이 겹쳤던 까닭이다.
서울시리즈에서 오타니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스캔들을 겪으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시즌 초반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멘탈이 안정되면서 오타니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야구천재'로 불리는 오타니가 타석에만 집중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오타니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냈고, 메이저리그는 물론 전 세계 야구계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기록하는 등 올해 159경기에서 197안타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타율 0.310 OPS 1.036로 펄펄 날아오르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견인, 꿈에 그리던 가을무대를 경험하게 됐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초반의 활약은 아쉬웠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오타니는 5경기에서 1홈런 4타점 타율 0.200 OPS 0.623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오타니가 부진하면서 다저스는 자칫 디비전시리즈에서 가을야구를 마칠 뻔했지만, 탈락 위기에서 두 경기를 연달아 잡아내면서 챔피언십시리즈행 티켓을 손에 쥐었고, 오타니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타니는 뉴욕 메츠와 맞대결에서 6경기 2홈런 6타점 9볼넷 타율 0.364 OPS 1.184로 폭주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도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는데, 2차전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타격감은 완전히 고꾸라졌고, 5경기에서 19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훌륭한 동료들 덕분에 이적 첫 시즌부터 우승반지를 끼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마지막까지, 가장 긴 시즌을 치른 것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저스에 온 지 1년 만에 우승을 하게 돼 매우 영광이다. 힘겨운 일정 속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팀이 강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팀을 상대로도 우리들의 야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오늘 이렇게 이겨냈다는 것에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줄곧 포스트시즌과 우승을 외쳤던 오타니. 결과적으로 다저스행은 성공적이었다. "WBC에서는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에서 우승이 더 즐거운 것 같다. 즐기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승으로 시즌을 끝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5점을 뽑아낸 타선의 활약이 정말 컸다"며 "가장 긴 시즌을 보낼 수 있어 영광스럽고, 이 팀에서 1년 동안 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리 점수를 주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마음이 이런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타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부상을 당한 후에도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팀에서 내게 '필요하다'는 말을 해줬다. '플레이해 달라'고 말해준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 그렇게 말해준 팀에 감사하다. 이런 것들이 1년 동안 노력해 올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며 "내게는 한 시즌이 익숙하지만, 아내(마미코)에겐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긴 시즌을 지탱해 줬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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