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연한 실수로 136년 전통의 굴 소스 탄생
130만㎡ 최대 규모 중국 신후이 생산단지…LEED 인증도
갈릭굴소스·원스텝춘장·훠궈 마라탕소스…한국시장 공략 박차
[마이데일리 = 홍콩·중국 신후이 황효원 기자] 음식의 풍미를 살려주고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굴소스. 굴소스는 어떤 요리에 넣어도 음식 맛을 살려주는 마법의 소스로 불린다.
되직한 농도로 짠맛, 단맛, 감칠맛을 내는 굴소스는 원래 중식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였지만 최근에는 한식 볶음 요리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부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굴소스는 놀랍게도 아주 우연한 '실수'에서 탄생하게 됐다.
중국 광둥 지방 난쉐이 지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이금기' 초대 회장인 이금상은 136년 전인 1888년 어느 날 굴 요리를 하던 중 깜빡하고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렸다. 의도치 않게 걸쭉한 갈색으로 변한 굴 요리의 감칠맛을 맛본 이금상은 이를 토대로 굴소스 개발에 나서게 됐다.
1888년 이금상은 자신의 이름 '이금(李錦)'에 가게를 뜻하는 -기(記)를 붙여 '이금기(李錦記)'로 상호로 양념 가게를 설립하게 된다. 그 후 그는 가족들과 마카오로 건너가 1호점을 개설하면서 사업 범위를 광둥 지역 전체로 확대하게 된다.
그가 요리하던 중 졸아버린 굴로 만든 굴소스는 14억 중국인들의 주방마다 최소 1병 이상씩 비치된, 전 세계로 판매되고 있는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의 모태가 됐다.
◇130년 전통 비결? '100-1=0'
오늘날의 '이금기'를 있게 한 '프리미엄 굴소스'는 제조 과정부터 남다르다.
이금기가 사용하는 신선한 생굴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깨끗한 수질의 바다에서 정부의 관리 하에 양식된다. 신선한 생굴은 수확 당일 양식 굴 품질 전문팀이 상주해 양식을 감독하고 굴의 품질을 관리한다. 굴이 추출물로 만들어지기 적합한 최적의 상태로 성장하기까지는 2~3년이 걸린다.
굴소스에 쓸 굴은 파종을 하고 나면 정기적으로 품질 관리를 거친다. 굴을 수거하고 난 후 오염물이 있는지 체크하고, 굴 양식장 내 오염 여부도 확인한다. 굴소스에 쓸 굴은 마지막으로 관리팀의 검사를 마친 후 굴 농축액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최상의 품질로 걸러진 굴 추출물, 설탕, 옥수수 전분 등 자동화 전자기기를 통해 이금기만의 비밀 레시피로 계량, 배합의 과정을 거친 후 굴소스로 탄생하게 된다. 이금기 굴소스는 130여 년간 내려온 레시피를 토대로 전문 식품 기술사의 감독하에 자동화 제조 라인 공정을 거친다.
3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이금기는 철저한 품질 관리 철학으로 유명하다. 이금기는 '먹거리를 100번을 잘 만들다가 한 번 실수를 하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뜻의 '100-1=0' 품질 철학 아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을 위해 공급받는 원자재의 97%를 현지 공급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으며 93%의 공급업체가 이금기가 전개하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마카오를 거쳐 홍콩에 자리한 이금기는 홍콩 본사 및 공장, 중국 신후이 공장, 중국 광저우 황푸 공장, 지닝,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장, 미국 LA 공장 등 6개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생산 기지들에서 생산한 300여 종 이상의 소스와 조미료를 1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 판매하는 중화권 최대의 소스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130만㎡ 중국 신후이 생산단지 가보니...
홍콩에서 차로 3시간, 기자는 지난달 28일 중국 광동성 남부 신후이에 있는 이금기 신후이 생산단지를 방문했다.
이금기 중국 신후이 생산단지는 130만㎡ 규모로 전 세계 생산단지 중 최대 규모다. 신후이 생산단지는 글로벌 발효 식품 업계 최초로 2020년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LEED 인증은 인증, 실버, 골드, 플래티넘 4개의 인증 등급으로 구성됐으며 플래티넘이 가장 높은 등급이다.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친환경 건축 평가시스템이다. 실제로 이금기 신후이 생산단지 내부에는 녹색경영 인증을 달성하기 위해 공장 내 폐수(오수) 처리 시설이 2곳 위치해있다. 이 곳에서 하루 평균 1만톤의 오수를 처리하고, 이후 용수로 재활용 가능하다. 중국 규격상 1급수로 나오는 것이기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직접 마시는 것은 불가능해 화장실 및 조경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신후이 생산단지는 실시간으로 생산라인이 돌아간다. 생산라인을 관람한 뒤 전기자동차를 타고 간장 탱크 시설로 이동했다. 전기자동차는 소스 공장이라 매연 등 오염원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또 간장 탱크 시설 관람 시 위생모 착용도 필수다. '100-1=0' 식품 생산 원칙을 강조하는 이금기의 확고한 신념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금기에서 생산하는 간장은 중국 흑룡강 대두에 누룩 제조기술을 더했다. 신후이 생산단지에는 3000개 이상의 간장 탱크가 설치돼 있다. 탱크마다 60톤(t)씩 12만톤의 간장이 숙성되고 있었다.
간장 숙성 탱크의 재질은 유리섬유 재질 보강판으로 이뤄졌다.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유리섬유 재질로, 맨 위 뚜껑은 투명유리재질판으로 구성됐고 숨구멍이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다.
직접 햇빛을 받아 자연 발효시킨 양조간장으로 잡균이 제거돼 간장 맛을 한층 더 높인다. 마치 한국에서 간장을 숙성할 때 사용하는 장독대 효과 원리를 사용한 간장 숙성 탱크로 이해할 수 있다. 간장 숙성 탱크 숨구멍을 통해 투과된 태양광이 양조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생산라인 견학을 위해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간장 생산 공정을 유리로 된 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흑룡강성의 흑토지역에서 자라는 콩을 불순물을 걸러 2시간 정도 기계 세척 과정을 거친 뒤 60분 간 10톤의 대두를 100도 이상 고압고온으로 익힌다.
이후 쿨링 과정을 거친 뒤 40시간 누룩을 만든다. 이때 발효를 거치면서 콩이 서로 붙을 수 있어 계속 뒤집어 줘야 한다. 자체 설비 기계로 온도, 습도 등 전자동 컨트롤이 가능하다. 간수와 발효된 콩을 넣어 숙성을 거친 후 간장이 탄생한다.
◇이금기, 한국 시장만을 위한 제품 연이어 출시
이금기는 한국 시장을 비롯해 국가 별로 다양한 제품을 통해 공략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2012년 업소와 제조가 중심으로 셰프와 기업 R&D 비중이 커지고 있어 두 자릿대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시장은 굴소스 출시 이후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이금기는 한국 시장에 굴소스, 두반장소스, 치킨파우더 등 다양한 소스를 판매하고 있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접목한 한국 시장 특화 제품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갈릭굴소스, 원스텝춘장, 훠궈 마라탕소스 2단계 등이다. 훠궈 마라탕소스 3단계도 곧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원스텝춘장은 이금기 유한공사 고문을 맡고 있는 여경래 셰프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제품이다. 여 셰프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를 공개한 이후 한국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금기는 지속 발전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금기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도 넓혀가고 있다. 전 세계에 아시아 요리 문화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제품 홍보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금기의 고문역을 맡고 있는 여 셰프는 조리관련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금기 요리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8회를 맞은 '이금기 요리대회'를 통해 여러 셰프가 발굴됐다.
이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대학부와 프로부 대회를 함께 개최해 대학생들에게 전문 요리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요리대회로 자리잡았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