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걱정했는데, 마음의 짐을 덜었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컴투스프로야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서 리얼글러브 구원투수상을 수상한 뒤 인터뷰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전했다.
인천고 시절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 혹사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훌륭한 투구를 바탕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김택연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은 계약금 3억 5000만원을 안길 정도로 큰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김택연은 스프링캠프 기간 중 소프트뱅크 호크스 1군과 스페셜게임에 등판하게 됐고, 강속구를 앞세워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야마카와 호타카가 극찬을 쏟아냈던 김택연은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을 치르기도 전에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이번에는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칭찬 세례를 펼쳤다.
하지만 큰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시작은 썩 좋지 못했다. 김택연은 데뷔 첫 등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네 명의 주자를 내보내는 등 2실점(2자책)으로 아쉬운 스타트를 끊었고, 이후 두 번의 등판에서도 제구에 난조를 겪는 등 3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다. 이에 두산은 과감히 김택연을 2군으로 내려 재정비의 시간을 제공했고, 4월 중순 1군으로 복귀한 김택연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김택연은 4월 8경기에서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슈퍼루키'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더니, 5월 13경기에서 1승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리고 6월부터는 '마무리'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 승승장구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김택연이 너무 잘한 탓(?)에 당초 예고됐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하기 시작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택연은 올해 60경기(65이닝)에 등판해 3승 2패 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남겼고, 내친김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해 값진 경험을 쌓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신인왕'에 오른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선수들이 직접 뽑은 최고의 구원투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김도영과 함께 트로피를 휩쓸고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싱긋 웃었다. 이어 "야구를 함께 하는 선배님들께서 뽑아주신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한 번 받아보니, 내년에 또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택연은 몸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고, 올해도 정규시즌을 포함해 두 번이나 태극마크를 다는 등 쉴 틈 없는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김택연도 내심 몸 상태가 걱정되긴 했던 모양.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택연은 "메디컬테스트를 해봤는데, 검사 결과가 괜찮게 나왔다. 사실 메디컬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멀쩡하게 나왔다. 마음의 짐도 없다. 계획했던 대로 코치님과 대화를 나눴던 부분과 내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비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작년 겨울에는 아파서 쉬느라 제대로 잘 못했던 것들을 올해는 제대로 준비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없더라도 내년 성적을 장담할 순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2년차 징크스'가 있기 때문. 전력 분석 등이 진행되면, 타자들은 자연스럽게 김택연의 볼에 더 적응하기 마련이다. 김택연은 "2년차 징크스가 없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징크스라기보단 안 좋았던 날이 오래 이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잘할 계획이다. '안 된다' 싶을 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 경기 못했다고 실망기보다는 다음 경기 준비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겨울 부상으로 인해 오프시즌을 알차게 보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을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김택연. 메디컬테스트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착실하게 오프시즌을 보냈을 때 2025시즌의 김택연은 올해보다 더 무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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