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내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폭…4대 그룹 중심 '긴축경영'
도전보다는 '내실·안정'…승진 규모 대폭 축소
트럼프 2기 행정부 넘어라…'미국통' 전진 배치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승진 축소. 젊은피 수혈. 미국통 인사 전면 배치.
SK그룹을 제외한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정기인사를 통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재계 연말 인사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는 만큼 조직 슬림화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글로벌 정세 불확실성이 커질 트럼프 2기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5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통해 사장단 인사를 연중 지속해왔다. SK는 지난해 말 219개였던 계열사를 연말까지 10% 이상 줄이고 사별 임원 규모도 20% 이상 감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그룹은 리밸런싱에 이어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에 속도를 내고 있다. OI는 수익 마진과 지속 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CEO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사업 추진계획과 OI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SK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조직 슬림화와 사업 운영 효율성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이미 일부 계열사 수장을 교체한 만큼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신임 부회장을 새로 선임해 세대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경쟁력 우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재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이유다.
'효율화'를 토대로 임원 조직의 슬림화는 이번 재계 인사의 주요 포인트다. 주요 그룹의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137명으로, 지난해(143명)보다 줄어든 2017년 5월 96명 이후 7년 만에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2025년도 정기 인사는 큰 틀에서 안정을 택하면서도 기술 리더십을 중심으로 쇄신을 꾀했다. 기존 한종희 부회장 1인 대표 체제에서 반도체 수장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이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2인 체제로 복귀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의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를 전영현 부문장이 직할하고,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교체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도 신설했다. 한종희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해 제품 품질 분야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올해 전체 임원 승진 수는 121명으로 지난해 139명보다 18명 줄었다. 최근 3년 내 최소 규모다.
LG전자는 대신 미래 성장동력에 기술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신규 임원 23%를 발탁했다. 그룹 내 R&D 분야 임원 수는 역대 최대인 218명으로 늘었다.
또 성별, 나이,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과 전문성으로 인재를 중용하는 기조도 이어갔다.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여성 임원은 7명이다. LG 내 여성 임원은 2018년 29명에서 역대 최다인 65명으로 늘었다. 1980년대생 임원은 모두 17명으로 최근 5년간 세 배 증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주의 무역 확산으로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장에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한진만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임명했다. 내년 계열사 임원 승진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을 CEO로 임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서 실전 영업·마케팅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자동차업계는 무뇨스 사장이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판매 확대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캐즘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환경차 제도 축소와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예고한 만큼 미국시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다.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홍보·PR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에는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영입해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미국 외교 관료 출신으로 지난 1월부터 현대차 고문역을 맡아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등을 지원해 왔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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