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논현 박승환 기자]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3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2024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원태인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8경기에 등판해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성적을 바탕으로 곽빈(두산 베어스)와 함께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외국인 선수들이 각종 지표를 싹쓸이해 나가는 상황 속에서 원태인의 다승왕 타이틀은 분명 의미가 남달랐다. 굳건한 삼성의 '토종 에이스'를 다시 한번 다지는데 성공한 셈이다.
원태인은 이날 '2024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을 통해 오랜만에 나들이에 나섰다. 한국시리즈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승선이 불발된 후 기초군사 훈련을 받은 까닭이다. 15승으로 다승왕에 오르면서, 지난달 26일 KBO 시상식에 참석했어야 했지만, 수료 이틀 전에 시상식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한 원태인은 '훈련은 어땠느냐'는 말에 "정말 힘들기도 힘들었고, 마지막 주가 되니 추웠다. 하지만 나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잠깐 꿈을 꾸다가 나온 느낌"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원태인은 짧았지만, 훈련소에서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군인 체질(?)인 모양새였다.
원태인은 사격에 대한 질문에 "20발 중에 18발을 맞췄다. 첫날에는 제구가 좋기 때문에 부사수가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다음날 조금 더 집중을 해서 쐈더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18발이면 잘 쐈다'는 취재진의 말에 "특급이더라"고 어깨를 들썩였다.
강백호, 김혜성 등 최근 기초군사 훈련을 받은 선수들 대부분의 머리가 짧았는데, 이날 시상식에서 마주한 원태인의 머리는 입대 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비밀이 숨어 있었다. 원태인은 "제 머리가 아닙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는 완전 빡빡 머리가 됐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남는게 사진이고, 너무 오래 남을 사진인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제50보병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소한 원태인은 '중대장 훈련병'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정말 할 생각이 없었다.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나올 생각이었는데, 간부님께서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중대장 훈련병을 하면 휴대폰을 30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모두 허언이었다"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원태인은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막상 나오니 이야깃거리도 되고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일반 병사분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는데, 동기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대구에서 입소를 했기 때문에 대구의 야구 팬분들이 정말 많이 왔더라. 그래서 방에서 게임도 하고 서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입대했던 원태인의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그는 "지금은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매년 1월 중순까지는 공을 안 던지는데, 올해도 똑같이 할 것이다. 그때 캐치볼을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일단 내일(4일)부터 다시 운동을 하기로 했고, 2025시즌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 검진을 받았을 때가 0이라고 한다면, 입소 전에는 60% 정도 회복이 됐었다. 조만간 한 번 더 검사를 받을 것 같은데, 그때가 되면 거의 다 회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훈련소 갈 때 걱정은 없었냐'는 물음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포복을 하는 것에서는 부담이 있을 것 같아서 양해를 구했는데, 잘 배려를 해주셔서 몸 건강하게 수료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KBO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원태인에게는 첫 시상식이 된 2024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 그는 "너무 좋다. 작년에는 메인이 아닌 서브였다. 올해 타이틀 시상식도 가고 싶었는데, 여기서 좋은 상을 주신다고 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달려오게 됐다"고 오랜만의 나들이에 인터뷰 내내 원태인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논현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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