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빠른 사태 진화…등급 변동 없으나 불확실성 확대
원화 약세 가팔라…외국인 투자자 증시 이탈 우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전날(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했다가 내려오는 등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계엄령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당국이 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계엄 사태 여파로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고환율 리스크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실질적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P는 한국 국가 신용등급(장기 기준)을 ‘AA’로 평가했다. AA는 S&P가 분류하는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다.
네덜란드계 금융사 ING에서도 비상계엄 사태가 진화되면서 국가신용등급 변동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민주 ING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 단계에서는 사태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가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킴엥 탄 전무는 “이번 사태가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로 보고 있고, 부정적인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강민주 이코노미스트도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정치 지형과 경제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낳았다”며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 변경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며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이 변할 수 있고 코스피가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로 인한 고환율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강민주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원 환율이 144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417원으로 내려갔다”며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한국 신용 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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