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대표팀 1선발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8경기에 등판해 159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으로 활약하며 곽빈(두산)과 함께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15승은 원태인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았고, 지난 2022시즌(165⅓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과정은 썩 매끄럽지 못했다.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엄청난 호투를 펼치던 중 비의 여파로 인해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고, 나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른 마운드에서는 2⅓이닝 6실점(6자책)으로 강판됐는데, 최악의 부상까지 찾아왔다. 병원 검진 결과 우측 어깨 관절 와순 손상이 관찰됐고, 관절 안에 약간의 출혈과 붓기가 있는 상태로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을 동반하여 4~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로 인해 원태인은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이미 엎질러진 물.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원태인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을 바탕으로 기초군사 훈련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고, 이제는 본격 2025시즌을 준비한다.
지난 3일 '2024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수상한 뒤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검사를 받았다. 처음 검사를 받았을 때가 0이라고 한다면, 2~3주 만에 거의 60% 정도가 회복이 됐다. 한 달 정도가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조만간 검진을 한 번 더 받을 것 같은데, 그때가 되면 거의 다 회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몸 상태를 전했다.
한국시리즈에서의 기억은 좋지 않았지만, 정규시즌만 놓고 본다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원태인은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다승에서는 2021시즌을 뛰어넘을 정도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시즌이었다"며 "물론 팀이 우승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팬분들과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까지 야구를 했다는 것도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원태인은 한국시리즈에 대한 물음에 "많이 속상했다.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 5차전이 끝난 뒤에는 아쉬워서 우는 형들도 있었다. 정말 마음은 아팠는데,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이라 눈물까지는 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우승을 하고 행복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시리즈는 물론 프리미어12에 승선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원태인은 "프리미어12만 나간다면 모든 국제대회는 다 나가는 것이었는데, 스스로 정말 아쉬웠다. 부대 안에서 첫 경기를 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아쉽더라. 올해 1000만 관중을 넘어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면 더 좋은 1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컸다. 이런 아픔을 WBC에서는 다시 겪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정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원태인은 걱정이 앞선다고. 그는 "올해는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드는 한 해였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와 보완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시리즈 1차전 당시의 밸런스가 너무 좋았다. 그때의 밸런스를 잊지 않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내년 시즌까지 잘 유지하고,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원태인은 발전,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는 '위닝샷'을 꼽았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을 만들어야 된다. 내 체인지업이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큰 무대에서는 시즌 때와 달리 삼진을 잡기 위해서는 압도할 수 있는 피칭이 중요하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1등을 했지만, 대표팀 1선발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삼진 능력을 비롯해 압도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비시즌에는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에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내년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체인지업 외에도 타자의 방망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종을 만들어낸다면, 부동의 국가대표 1선발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원태인이 이번 겨울 어떠한 새 무기를 장착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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