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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트렁크'와 'Mr.플랑크톤'은 공개 전부터 각각 성매매, 데이트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작품의 본질에서 벗어난 과한 해석이라는 시선이 엇갈렸다. 시청자들의 날선 반응을 대하는 두 주연 배우 공유와 우도환의 스텐스는 다른 듯, 같았다.
지난 5일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에 출연한 공유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트렁크'는 어느 날 갑자기 호숫가에 떠오른 수상한 트렁크를 둘러싼 이야기로, 그 안에 놓인 두 남녀 정원(공유)과 인지(서현진)의 이상한 결혼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기간제 결혼'에 얽힌 다양한 인물의 관계와 감정의 파고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극 중 인지는 기간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직원이다. 의뢰인은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정원의 경우 전 아내인 서연(정윤하)이 어떠한 목적을 갖고 이 서비스를 대신 신청했다. 서로 원하는 경우 부부 관계가 가능하며,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는 부부 관계가 서비스에 포함됐다. 작품에서는 정원·인지, 서연·지오(조이건) 두 기간제 부부의 베드신이 등장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성매매 미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유는 관련 질문에 "성XX, 그 워딩 자체를 입에 담기도 싫다. 그렇게까지 논란이 있다는 게 충격적이다"며 다소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은 일부라고 생각한다. 190여개 국에 동시 오픈됐을 때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국내 매체만 봐도 의견이 나뉘는 것 같다. 작품이 의도한 바를 그대로 즐겨주시는 분들도 존재한다. 모든 분들이 그렇게 봤다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은 게 팩트다. 부정적 시각을 외면하기보다 여러 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유는 '트렁크'의 어두운 면을 인정하면서도 "본질적으로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깔고 있다"고 설명했다. '뺄셈부터 생각한다'는 극 중 정원의 대사처럼 현실을 사는 그도 낙관하기보다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심연과 닮아있는 정원에게 연민이 갔고, 끌렸다고 덧붙였다. 공유는 "대다수 작품에서 다루는 사랑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이고 밝고, 동화적인 면을 보여주면서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드라마, 영화의 역할이라면 그 반대 지점에 가보고 싶었다. '트렁크'는 사랑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한 번쯤 꺼내도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원·인지의 베드신은 보수적이고, 서연·지오의 베드신은 과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인지와 서연의 캐릭터가 다르다. 서연의 광기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던 신이다. 반대로 인지와 정원의 베드신은 정서적 교감이 베이스 돼야 했다. 전 적절했다고 생각했다"면서 "조금 더 벗을 걸 그랬나"라며 농담을 더한 답변을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Mr. 플랑크톤'은 공개 전 데이트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해조가 어흥(오정세)과 결혼식을 앞둔 전여친 재미를 납치해 강제 동행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해조를 연기한 우도환은 지난달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저도 의아했다"며 "감독·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납치 전날 재미의 폐경 소식을 들었고, 해조도 시한부라는 사실에 충동적으로 행동한 부분이 있다. 해조와 재미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재미가 도망치려고 한 것까지 알았을 거다. '네가 도망가고 싶은 거 안다. 너도 이걸 원하지 않는데 왜 자신을 속여.' 이런 느낌으로 행동했다. 그냥 '터프가이'처럼 재미를 납치한 게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해 봐. 언제까지 뱃속에 박을 넣고 임신 사실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결혼이 맞다고 생각해? (도망을) 내 탓으로 돌려. 난 원래 나쁜 놈이니까.' 이런 느낌이다"고 감정선을 설명했다.
분명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해조의 첫인상 때문에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우도환은 "해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이 있다. 하지만 너무 큰 상처를 갖고 있는 친구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았다. 너무 외로워 보였다. 우도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그런 처연함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외로움을 가진 아이 같은 모습이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때 이런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학교, 군대, 일. 어느 순간 자유를 잊고 살았다. 해조는 남 눈치 보지 않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아 매력적이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Mr. 플랑크톤'은 결핍 있는 사람들이 모인 드라마다. 결핍이 마냥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결핍이 있고 저 또한 그렇다. 해조의 결핍의 근원은 가족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해조는 '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구나' 알아간다. '우리 드라마 따뜻해요' 외치는 게 아닌, 웃음 뒤에 눈물이 있고 눈물 뒤에 웃음이 있다.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드라마다"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높아지며 제작 단계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우려와 비판의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설정일 경우 낯선 세계관만큼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추세다. 이를 대하는 배우들의 답변은 시청자들에게 2차 떡밥을 제공하며 화제 되고 있다. 작품에 임한 각자의 이유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들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을지 말지, 이 또한 오롯이 시청자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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