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승했기 때문에 안 아쉽습니다.”
지난 10월 중순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이 한창이었다. 당시 지나가던 ‘나스타’ 나성범(35)에게 시즌 막판 타격감이 너무 좋았는데 시즌이 끝나서 아쉬울 것 같다고 하자 미소 속에 위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나성범은 올 시즌 도중 “나도 고민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본다. 좋았을 때의 내 영상을 보고 따라해보고 그런다. 이런 시즌도 있다”라고도 했다. 주장으로서 내색하지 못했을 뿐, 나성범은 올해 타격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102경기서 타율 0.291 21홈런 80타점 51득점 장타율 0.511 출루율 0.357 OPS 0.868. 분명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나성범이라면 2%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동안 3할-30홈런-100타점을 두 번이나 달성했다. 20홈런, 100타점은 밥 먹듯 해냈다.
더구나 2023시즌은 미친 시즌이었다. 단 58경기에 나갔는데 타율 0.365에 18홈런 57타점 장타율 0.671 출루율 0.427 OPS 1.089였다. 쳤다 하면 장타였고 적시타였다. 그에 비하면 올 시즌은 볼륨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다.
2년 합계 160경기밖에 못 나간 게 KIA도 나성범도 아쉬웠다. KIA와 6년 150억원 FA 계약을 맺고 입단한 2022시즌에도 144경기에 전부 나갔다. 2015~2016년, 2018년, 2021년에 이어 개인통산 무려 5번째 전경기 출전이었다.
갑자기 부상악령이 나성범을 가로 막았다. 2023년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서부터 왼쪽 종아리가 좋지 않았다. 결국 시범경기를 건너 뛰더니 6월23일 광주 KT 위즈전서 돌아오기까지 개막 후 약 3개월간 쉬어야 했다. 돌아와 맹타를 휘둘렀으나 9월19일 광주 LG 트윈스전서 주루 도중 햄스트링을 다치며 허무하게 시즌을 접었다.
올 시즌에도 준비 과정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2년 연속 개막전에 못 나갔다. 그래도 4월28일 잠실 LG전서 대타로 깜짝 복귀했다. 첫 1개월간 결장 후 시즌을 완주했지만, 어쨌든 풀타임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창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했다. 작년과 정반대 양상이었다. 8월 이후 감을 잡더니 9월에 맹타를 휘두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8월 22경기 타율 0.338 5홈런 18타점, 9월 10경기 타율 0.303 4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5경기서도 타율 0.350 2타점 3득점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침묵한 측면은 있었지만, 대체로 좋은 흐름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2025년을 기대하게 했다. 어쩌면 올해는 내년을 위한 액땜일 수 있다.
KIA 타선은 2022년 팀 타율 0.272로 1위, 2023년 0.276으로 2위, 올 시즌에는 0.301로 1위였다. OPS도 지난 3년간 0.747(1위)-0.735(2위)-0.828(1위)이었다. 특히 올해 애버리지와 OPS는 압도적이었다. 멤버 구성을 봐도 KIA 타선은 리그 최강이다. 한국시리즈에서 그 힘을 과시했다.
혹자들은 이렇게 좋은 그래프가 2~3년 가는 것도 기적이라고 말한다. 애버리지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질 시기가 됐다고도 바라본다. 그러나 나성범이 지난 2년간 160경기밖에 못 나갔다는 걸 계산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성적도 자신의 애버리지보다 떨어졌다. 나성범이 정상적으로 연간 130경기 이상 출전하고, 애버리지를 회복하면 다른 선수들의 애버리지가 떨어져도 KIA 타선의 위력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5시즌은, 김도영, 최형우와 진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구단 유튜브 채널 갸티비에 공개된 페스타(지난달 30일 개최)에 따르면, 나성범은 내년에도 주장을 맡는다. “주장하면서 통합우승을 해서 팬들에게 감사하고 팀원들에게 고맙다. 올해 우승을 못했더라도 또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흔쾌히 내년까지 주장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책임감 있게 내년에도 선수단을 잘 이끌겠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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