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테이크아웃 커피와 배달 음식 포장 용기, 장보기에 사용하는 비닐봉투까지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제5차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는 바로 이 일상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예정된 종료일을 하루 넘기고도 24시간 연장 협상이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 없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며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이, 이번 플라스틱 협약도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앞에서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번 협약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석유 생산국들이 주도하는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플라스틱 생산 제한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았다. 대신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국제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재활용만으로는 끊임없이 늘어나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2040년까지 생산량 자체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은 이 두 가지 측면의 석유화학 산업 이해관계와 환경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회의 개최국인 우리나라 또한 매우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1인당 소비량 세계 1위라는 현실은 우리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줬다. 석유화학 산업이 우리 경제 핵심 축이지만, 동시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HAC 소속국이자 개최국으로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이 기대됐지만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번 협상은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준비가 아직 부족하고, 환경과 산업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도 미흡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은 이미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EU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영국은 제품 생산 시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생분해성 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 산업을 육성하는 등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추진 중이다.
내년 협상을 앞둔 지금, 우리도 더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산업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하되, 친환경 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이제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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