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글로벌 흥행으로 한국 콘텐츠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했던 '오징어 게임' 시즌2가 3년 만에 돌아온다. 더 많은 캐릭터와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드라마와 더욱 큰 재미와 함께.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가 참석했다.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오징어게임 2'는 '오징어게임'에서 우승한 지 3년, 456번 '기훈'(이정재)은 잔혹한 게임을 끝내기 위해 게임의 주최자를 찾는다.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았다.
이날 황동혁 감독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시즌1의 엔딩이 기훈이 딸을 만나러 LA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다 다시 돌아서며 끝이 났다. 시즌2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기훈의 여정을 담고 있다. 기훈이 이 게임을 누가 벌였는지 찾아내려는 노력들, 그런 기훈을 막아서고 변화시키려는 프런트맨의 대결이 시즌2의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와 구조가 되겠다"라고 시즌2를 소개했다.
시즌1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차별점이 있는데 일단 시즌1에서 잠깐 소개됐던 찬반투표, 게임을 계속할 것인가 그만두고 나갈 것인가 하는 투표제도가 본격적으로 매 게임마다 진행돼서 조금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요즘 또 투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현재의 상황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얼마 전에 대선이 끝났다. 그 지점을 생각하면 재밌는 지점이 많을 것 같다. 새로운 게임을 보는 재미도 시즌2에서 많이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 꼽았다.
이와 함께 "이번 시즌2와 시즌3을 계속 관통하는 메시지가 될 텐데, 굳이 시즌2만을 한정지어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보기에는 한국도 그렇고 전 세계가 갈라지고 분열돼 서로가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갈등이 많이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 내에서의 갈등도 그렇고 국가 간의 전쟁들도 그렇다"며 "'오징어 게임' 안에서도 갈라섬과 분열, 서로를 적대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세계와 '오징어 게임'의 세계가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우리 주변과 이 세상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라고 작품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를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는 다채로운 매력과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룬다. 시즌1에서 탈락자들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점차 변해가는 '기훈'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이정재는 시즌2에서는 게임의 주최자를 찾아 모든 것을 끝내려는 게임 체인저로서 극을 이끌어간다. 시즌1의 마지막에서, '프런트맨'의 실체를 드러내며 놀라움을 선사했던 이병헌은 '오일남'의 죽음 이후 게임을 총괄하는 '프런트맨'으로 '기훈'과 첨예한 대립을 이룬다. 위하준은 '프런트맨'인 형 '인호'의 흔적을 좇는 '준호'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과 만난다. '지하철 역사에서 딱지를 치며 게임 참가자를 모으던 '딱지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공유 또한 반가움을 더한다.
이들 출연진 외에 '오징어 게임'에서 시즌1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음악과 세트장이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결국 같은 공간으로 기훈이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세팅 자체는 전과 달라질 바가 없었다. 그렇지만 항상 시즌을 반복할 때 신경을 썼던 건 익숙한 공간, 시즌1을 사랑하셨던 분들이 좋아하셨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변형시켜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며 "예고편에서 공개가 됐지만 숙소 역시 이전과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바닥의 선과 O, X 마크 등 달라진 비주얼을 선보이고 싶었다. 참가자의 복장, 너무나 유명해진 초록색 체육복도 O, X 마크를 붙이면서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시즌1에서 유명했던 시그니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편곡 등으로 새로운 느낌을 드리려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즌1에서 알고 계셨던 인물과 게임을 조금씩 변형하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주려했다. 그것이 프런트맨이나 게임에서도 드러날 거다. 이번에는 예상 가능할 거라 생각하실 때 다른 것이 나오고 반전이 있기도 하고 새로운 길로 가나 싶었을 때 시즌1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계속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은 반전을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 시즌2를 보신 전 세계 팬들의 반응은 시즌3가 빨리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라고 예고해 기대를 더했다.
'오징어 게임'의 초대장을 받은 새로운 참가자들도 다채롭고 화려하다. 잘못된 투자로 자신은 물론 구독자들까지 손해 보게 만든 코인(암호화폐) 투자 방송 유튜버 '명기' 역의 임시완, 해병대 출신이라고 떠벌리는 넉살 좋은 성격의 '대호' 역 강하늘,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 역의 박규영, 혈액암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위해 게임에 참가한 '경석' 역의 이진욱, 성확정 수술을 마치기 위해 돈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현주' 역의 박성훈, 도박으로 목 끝까지 빚에 잠긴 '용식' 역의 양동근, 아들의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금자' 역의 강애심. '기훈'의 오랜 친구 '정배' 역의 이서환, 신빨이 떨어진 무당 '선녀' 역의 채국희,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의 '민수' 역의 이다윗, 유명 래퍼 '타노스'의 오른팔 '남규' 역의 노재원, 전 남자친구 '명기'의 투자 정보를 믿었다 거액을 잃은 '준희' 역의 조유리,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의 래퍼 '타노스' 역의 최승현, 무심해 보이지만 강강약약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미' 역의 원지안까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배우들이 게임 안에서 펼쳐질 인물들의 서사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훨씬 늘어난 출연진만큼이나 눈에 띄는 점은 캐릭터들의 나이대가 시즌1보다 어려졌다는 점이다. 황 감독은 "시즌1을 쓸 때만 해도 코로나 전이었는데 이 정도의 빚을 지고 이런 게임에 참여하려면 현실적으로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일 거라 생각했다. 사회적인 실패를 빨리 겪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코로나가 오고 전 세계적으로 코인열풍이 일어나가 사회계층의 이동 사다리가 막히면서 젊은 세대들이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주식, 코인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시즌2에는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담아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즌2에는 젊은 참가자들을 기용했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이어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참가자들이 시즌1에도 있었다. 탈북자도 있었고 외국인노동자 알리가 있었다. 특히 알리는 한국에서 가장 소외받는 참가자였다. 시즌2에서도 그런 소외받는 참가자를 다루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성소주자 캐릭터를 넣어서 참가시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현주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며 "보시면 현주라는 인물이 내 개인적인 인물이 시즌2에 나오는 인물 중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시즌1에서 알리가 그랬듯이 바이규환의 게임 세상 안에서 인간의 무언가를 지켜가는, 가장 핍박받고 소외받는 인물임에도 그런 모습을 현주를 통해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아시아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수상뿐만 아니라,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28회 미국 배우 조합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등 유수의 국내외 시상식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2024년 현재에도 누적 시청 시간 22억 시간을 돌파하며 여전히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작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인기의 이유를 묻자 황 감독은 "질문을 엄청 받았는데 미스터리 하다. 여러 가지 대답을 했는데 아직도 마음속으로 혼자 '왜 그랬지'하고 되묻곤 한다. 일단은 이 이야기가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캐릭터들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단순히 재밌었던 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사회와 접점이 있어서 킬링타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할 이야기를 남겼기 때문에 큰 반향을 부른 게 아닐까 싶다"라고 짚었다.
이어 "시즌2를 하면서도 다른 전략을 세운건 아니고 시즌1 때 그대로 '최고로 재밌는 작품을 만들겠다', '이게 재미없으면 뭐가 재밌냐'라는 마음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재밌게 보신 다음에 생각할 거리가 남고 옆 사람과 이야기할 거리가 남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세계와 국가와 인종과 문화와 언어를 넘어서 어떤 콘텐츠가 사랑받는 것은 그만큼 재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엔터테이닝한 요소를 가장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시즌1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 그때 담고 있던 이야기가 여전하니 내가 최대한 재밌게만 만들면 시즌2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연출 포인트를 꼽았다.
그러면서도 황 감독은 "(흥행에 대한) 부담이 많이 된다. 시즌2를 결정했을 때부터 부담이 됐다. 요즘에는 그게 굳어서 돌덩이처럼 돼서 많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 기자님들을 보니 부담감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라며 "시즌1의 흥행은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아서라고 생각한다. 시즌1보다 많아진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살려내고, 시청자들이 사랑하고 미워하게 하느냐 제일 고민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잘 보인다면 시즌2도 시즌1과 마찬가자지로 사랑을 받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시즌2는 오는 26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등 혼란스러운 정국 속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이와 관련 심경을 묻자 황 감독은 "이런 시국에 '오징어 게임'을 공개하게 됐는데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었고 그 상황을 새벽까지 나도 잠을 안 자고 지켜봤다. 그제 벌어진 탄핵 투표도 생중계로 계속 지켜봤다"며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야 하고 불안과 공포와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게 한 국민의 입장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나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탄핵이 됐든 자진 하야가 됐든 책임질 분이 책임을 져서 행복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축복이 되는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셨으면 좋겠다.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있다"며 "'오징어게임'이 이 시국에 공개되는 것도 '오징어게임'의 운명이다. '오징어 게임'을 보시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열과 격변들을 다시 한번 게임 세상과 현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보시는 게 이 세상을 보는 것과 동떨어지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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