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롯데렌탈,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1조6000억원 매각
금호→KT→롯데→어피니티… 4번이나 주인 변경
알짜 사업체임에도, 계열사 정리·현금 확보 희생양
[마이데일리 = 한종훈 기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렌터카업체가 네 번째 주인을 맞이한다. 앞선 세 번의 매각 모두 모기업의 현금 확보를 위해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희생양으로 선택된 셈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와 롯데렌탈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를 지난 6일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이다.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롯데렌탈의 시초는 지난 1989년 설립된 금호렌터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미국의 렌터카 회사 허츠와 제휴해 사업을 시작했다. 금호렌터카는 전국 140여개의 영업망과 5만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2008년 3600억원, 2009년에는 5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알짜 업체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어려워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금호렌터카를 KT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 KT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각각 1500억원씩을 부담하며 금호렌터카를 인수했다. KT금호렌터카로 이름을 바꾸고 KT렌탈에 편입했다.
KT금호렌터카는 2014년 기준 보유 차량이 12만2000대를 돌파했다. 2015년 기준 전국 170여 개로 영업망을 늘린 KT금호렌터카는 시장 점유율 26.6%로 2위(12.7%)와 두 배 이상의 격차로 1위 자리를 굳혔다.
렌터카 사업 호조에 KT렌탈은 2010년 매출 4090억원이었던 매출이 2014년 1조702억원으로 증가하며 업계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KT와 인연은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2015년 KT는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사업자로 가기 위한 역량 집중과 자금 확보 필요성에 따라 비통신부문 계열사 KT렌탈을 롯데에 매각했다. 인수 금액은 1조200억원이다. KT는 롯데에 KT렌탈을 매각하면서 약 7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탈로 이름을 바꾸고도 승승장구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 2조 752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10%대 영업 이익률을 냈다. 올해 역시 1∼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715억원, 2132억원에 달했다.
롯데는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 전환 이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후 중장기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정리에 나섰다. 롯데렌탈은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의 계열사 첫 매각 대상에 됐다.
롯데렌탈의 매각으로 확보한 1조6000억원은 호텔롯데의 유동 차입금 상환, 실적 개선을 위한 글로벌 진출 및 브랜드 강화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3061억원 수준이다.
또 롯데는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 주축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사업 중심으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롯데렌탈을 인수한 어피니티는 국내 렌터카 시장점유율 1·2위 업체를 모두 가져가게 됐다. 지난 4월 어피니티는 시장 점유율 2위 SK 렌터카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어피니티는 국내 렌터카 시장을 지배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탈이 점유율 21%로 1위, SK렌터카는 16%로 2위다. 총 점유율은 37% 수준으로 독과점 대상은 아닌 셈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해 신차 구매와 중고차 매각, 온라인 시장 등에서 지배력이 현격히 커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종훈 기자 gosportsma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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