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지영 감독 "제주4.3 소재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
배우 염혜란 "오랜 상처를 가진 분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라 참여해"
[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속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졌다.
영화인 연대 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하며 적극적인 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제주4.3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의 제작 발표회가 9일 제주도에서 열렸다.
영화사 측은 9일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취약함과 76년 전 제주에서 비상계엄으로 희생당한 이들과 제주4·3을 폭동으로 왜곡하고 폄훼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마침내 제주4·3의 올바른 이름을 찾으려는 노력이 모아져 영화로 만들어진다"며 영화의 제작을 공식화 했다.
4·3영화 '내 이름은'은 ‘정순’과 ‘영옥’이라는 이름을 고리로, 1948년 제주4·3으로 인한 상처가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의 격랑과 진통을 거쳐 1998년에 이르러 그 모습을 드러내고, 2024년 오늘 어떤 의미로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가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제주4·3 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으로 주최한 4·3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블랙머니', '소년들'로 우리 사회 기득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해온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한 영화 '시민덕희'와 드라마 '더 글로리', '마스크 걸' 등 여성 캐릭터의 폭을 넓혀온 배우 염혜란 이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정순 역을 연기한다.
이날 오후 13시 50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1층 도민까페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선 정지영 감독과 염혜란, 김민재 배우가 참석했다.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하성용 도의회 4·3특위 위원장,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인 현기영 소설가, 강요배 화백, 이재정 전 경기도 교육감,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조상범 제주특별자치도 자치행정국장, 김종민 제주 4·3평화재단 이사장, 고희범,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전 이장, 제주도특별자치도의회 강철남 의원, 관음사 충무국장 정안 스님, 고우일 제주농협본부장 등의 인사들이 참석해 '내 이름은'의 제작을 축하하고 응원했다.
제작발표회의 정상민 아우라픽처스 대표가 '내 이름은'의 시작과 앞으로의 제작 과정을 소개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정지영 감독은 “제주4·3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며 “크라우드 편딩으로 제작을 생각한 영화였다. 많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배우 염혜란은 “정지영 감독님과 영화 '소년들'과 함께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하시고, 사회전반에서 든든한 어른으로 계시는 분”이라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오랜 상처를 가진 분들을 위로하고 함께하는 작품이라서 기꺼이 참여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김민재는 “존경하는 감독님과 배우분과 함께하고 영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내 이름은'을 통해 4·3의 이야기가 영화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따.
또한 행사에는 텀블벅 개인 투자자로 제주중앙고등학교 김승우 학생이 참석해 “제주도 토박이로서 어릴 적부터 제주4•3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되었고,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가 많은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한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이경미 이사장과 전 제주여민회 공동대표인 강은미 시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경미 의원 등의 단체 후원자도 함께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한편, 추미애 민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제주4·3을 ‘폭동’으로 명시해 반발이 일고 있다. 제주에만 내려졌던 비상계엄은 제주4·3 당시인 1948년 발효된 국내 최초의 계엄뿐이다. 제주4·3은 현행 법령에 소요 사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 희생 사건으로 규정돼 있고, 당시 선포된 계엄령 또한 불법성이 있다는 정부 보고서까지 나와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성명을 내 “이 문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군부가 제주4·3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왜곡 편향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영화 '내 이름을' 행사 현장에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강호진 집행위원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계엄 선포 사례에 제주폭동이라는 표현에 정지영 감독은 “98년도 교과서에 제주4·3 폭동이라고 했는데, 아직도 30여 년 전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라며 “2000년 제주4•3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그런 사고와 틀에 머물러있는 누군가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내 이름은'은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제주4•3이 민주항쟁이고,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아픔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중성에 대한 질문에 정지영 감독은 “제주의 아름다움인 ‘삼다, 삼무 삼도’와 제주의 아픔과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꿈을 보여주면, 관객들은 재미있게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에 염혜란 배우가 “대중성은 제가 잡아보도록 하겠다”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내 이름은'은 건강한 시민들과 제주도민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제주와 전국의 오피니언 리더 32인과 659명의 시민 발기인을 필두로 한 '내 이름은' 제작추진위원회를 조직했다.
영화는 2025년 초 크랭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혜연 기자 whice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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