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담 박승환 기자] '외화내빈'
허구연 KBO 총재는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4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일구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전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ABS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한 허구연 총재는 지난 2017년 야구발전 위원회 위원장으로 일구대상을 수상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번 일구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일구대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것은 김인식 전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시상대에 오른 허구연 총재는 먼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상은 제게 주는 것이 아니고 한국 야구계에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 야구계라는 의미는 열심히 뛴 선수들, 프런트, 코칭스태프들의 노고"라며 "무엇보다 우리 야구 팬들의 성원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 넘버원 스포츠로 자리잡는데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수상의 기쁨을 많은 야구인, 팬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허구연 총재의 소감은 기쁨보다는 걱정이 가득했다. '겉은 화려하나 속은 빈곤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외화내빈'이라는 단어까지 꺼냈다. 그는 "'한국 야구가 과연 어디에 와 있는가'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한다. 우리 야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갈 길이 멀고 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야구는 외화내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외화내빈'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아쉬운 성적도 적지 않은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0년 이후만 보더라도 도쿄올림픽 노메달,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탈락,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등 온갖 수모를 겪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우승과 각 리그의 유망주들이 출전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올림픽과 WBC, 프리미어12에 비해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의 경우 일본은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다. 1000만 관중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는 만큼 그에 맞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허구연 총재의 생각이다.
허구연 총재는 "저변 확대 문제, 기술력 향상 문제, 국제 경쟁력 문제, 인프라 확충 문제, 지도자들의 자질 향상 등 숱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1000만 관중이 어느 순간 900만, 800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야구계가 힘을 합쳐서 1000만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 일본과 비교하려면 어렵다. 일본이 올해 2660만명이 들어왔다. 우리보다 1경기 작은 143경기를 진행한다. 미국은 7100만명이 넘는다 . 이런 것을 가슴에 새기면서 프로 야구가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선두주자지만, 산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구연 총재는 올해 팬들의 사랑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동안 숏폼을 풀지 않았던 것이 굉장히 컸다고 봤는데, 중계권 계약을 하면서 숏폼을 풀면서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함께 공유한 것이 컸다. 상당한 부담을 느꼈지만, 방송의 질을 높인 것들이 젊은이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우리 KBO는 일찌감찌 MZ세대와 여성 팬들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를 했고, 그런 것들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야구인 선배님들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땐 40도가 넘는 대구구장의 시멘트 바닥에서 야구를 봤는데, 선배님들의 노력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그분들은 많은 연봉을 받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공헌을 하셨다. 우리가 한 번 더 이런 기회에 그런 것들을 되새기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관중이 오고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KBO는 더욱 열심히 그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허구연 총재는 "총재가 되면서 꿈이 1000만 관중이었다. '한화가 새로운 구장을 개장하면 1000만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앞당겨져서 돌파했다는 것은 팬 여러분들의 예상치 못한 뜨거운 성원 덕분이었다. 그리고 김도영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면서 팬들을 야구장으로 많이 끌어왔다"며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이뤄져야 야구가 넘버원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담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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