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한항공, 11일 신주대금 납입 완료 …12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내달 중 아시아나항공·산하 항공사 임원진 선임
통합 LCC 탄생으로 제주항공 M&A 가능성 열어
국토부, 독과점 해소 위해 중·장거리 노선 재분배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 결합이 마무리됐다. 대한항공은 11일 아시아나항공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인수 거래 대금 8000억을 추가 납입하며 아시아나항공 지분 1억3157만주(지분율 63.9%)을 소유한다.
상법 제423조 제1항에 따르면 납입기일 다음날부터 주주로서의 권리·의무 효력이 발생하므로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일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달 중 이사아나항공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항공사들의 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약 2년간의 독립 운영 기간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기업문화 융합 등 브랜드 내부 결합에 나선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해 대한항공 임원진을 아시아나 경영진으로 내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수 합병 후 우선 마일리지 통합 절차에 집중할 예정이다. 마일리지는 통합 항공사가 공식 출범하는 2026년까지는 양사가 독자적으로 운용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1·2차 마일리지 프로모션을 통해 김포~제주 노선 대상으로 마일리지 좌석 약 1만5000개를 공급하며 마일리지 소진에 힘을 쏟고 있다.
양사 간 마일리지 인정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 결합이 확정된 이후 6개월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내년 여름 전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통합 기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산하 계열사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 통합 작업도 진행된다. 3사가 완전히 합쳐지게 된다면 항공기 수와 매출 규모가 단번에 커져 LCC 1위인 제주항공을 넘어선다.
현재 산하 3사는 총 58대 항공기를 보유해 41대를 소유한 제주항공을 앞지르고 있다. 매출 규모도 지난해 3사는 총 2조4785억원, 제주항공은 1조7240억원으로 7000억원가량 많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통합 3사 운송 여객 수는 1058만명으로, 이는 LCC 1위 제주항공(714만명)과 2위 티웨이항공(544만명) 수송 실적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점유율로 따졌을 때도 제주항공은 23.71%지만, 3사는 42%에 달한다.
이처럼 대형 LCC가 탄생하게 되면서 LCC 지각 변동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통합 LCC 대응 방안으로 다른 항공사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사모펀드(PEF)가 지분을 보유한 항공사는 언젠가 매각 대상이 된다"며 "M&A 기회가 왔을 때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M&A 염두에 두고 있는 LCC는 현재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으로 해석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2019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었다.
다만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독과점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운임 노선이 많은 통합 항공사를 고를 수 밖에 없어 선택의 폭이 좁아지며, 항공사가 운임 상승 및 중복 노선을 통폐합해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는 상황에 갇히게 된다.
이에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항공운송 산업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인 시정조치의 이행 감독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는 국토부와 협업해 이날을 기준으로 90일 이내에 항공·공정거래·소비자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행감독위원회를 마련하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 이행을 살필 계획이다. 시정조치로는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불이익 금지, 무료 수하물 등 서비스 질 유지 등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그간 대형 항공사(FSC)들이 주로 운항해 온 유럽·서남아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의 운수권을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노선 재분배가 잘 이뤄진다면 통합 LCC 외 항공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된다. 특히 제주항공은 M&A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기에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은 티웨이항공과 미주 5개 운항 지원을 약속받은 에어프레미아 등을 인수한다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 좋은 기회가 오게 된다면 M&A에 뛰어들 의향이 있다"며 "현재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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