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미분양 대물변제 등 호조건 강조…이면엔 단서 조항
변수 염두에 둔 기타조항 추가로 리스크·손실 회피 지적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삼성물산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제안서가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작성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입찰제안서에는 사업 진행 시 예측되는 모든 변수를 단서 조항으로 게재하고 추가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하도록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공개된 삼성물산 제안서에는 주요 내용마다 기타 단서 조항을 덧붙이며 공사비 상승에 대한 책임 회피와 입찰지침 위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질여건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가능성은 입찰지침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합은 입찰지침서에 ‘실제 지질상황이 제공한 지질조사보고서와 상이한 경우 이로 인한 공법 변경에도 공사비의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명기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제안서에 ‘착공 후 지질의 상황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특수한 경우 조합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혀 지질여건에 따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여지를 남겨뒀다.
한남4구역은 고지대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건설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지질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물산에서 내건 단서 조항이 추후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한남4구역 공사기간 산정의 최대 쟁점인 ‘보광로 지반고 상향공사를 위한 우회도로’ 건설 비용에 따른 조합원과의 갈등도 우려된다.
삼성물산은 제안서에 ‘공사기간 및 우회도로 관련사항은 선행 도시계획도로를 활용하는 기준으로 향후 인허가 진행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선행도로 사용 불가 시 우회도로 관련 공사는 30억원 한도 내 당사가 부담하는 기준’이라고 명시했다.
보광로 지반을 높이는 공사기간 동안에는 사업지내 도로를 사용할 수 없고, 기존 도로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인허가 과정에서 기존 도로 외에 우회도로를 건설할 경우 발생하는 공사비를 30억원 이내에서만 부담하겠다는 못을 박은 셈이다.
이로 인해 최초 제시한 57개월의 공사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사업비 관련항목에서도 삼성물산은 전체사업비 금리를 CD(양도성예금증서)+0.78%로 제안했지만, ‘전체사업비 금리는 현 시점에 당사가 조달해 대여하는 기준으로 향후 직접 대여, 당사 지급보증대출 등 조합과 당사에 상호 유리한 방안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일반적으로 조달 금리를 무리하게 낮추지 않는 것이 시공사 입장에서는 유리하고, 금리를 낮추면 조합이 유리하다. ‘유리한 방안으로 협의’라는 용어가 양측 모두에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분양 시 대물변제 조건도 문제로 제기됐다. 삼성물산은 ‘미분양이 발생해도 최초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해 조합원님의 이익을 지켜드리겠다’고 제안서에 명시했지만, 단서조항으로 ‘급격한 시황변동시에는 복리시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방식, 가격 등은 추후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분양은 경기침체 등 시황변동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단서조항은 조합은 미분양 발생 시 할인 등 분양가격과 분양조건 변동을 협의하도록 했다.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있을 경우 삼성물산은 최초 일반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조합원 이주비 LTV(주택담보인정비율) 150% 보장에는 금리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사실상 대출시 조합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대출 이자와 금리 상한선을 제기하지 않아 향후 조합원의 부담이 커지는 것에 제약을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자는 조합원에게 100% 전가하면서 ‘LTV를 150% 보장’이라고 제시한 것은 막대한 금융비용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비사업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입찰제안서는 계약서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며 “조합은 제안서를 기반으로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추후 논란이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타 조항으로 표기된 단서조항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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