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가 박동원(34·LG 트윈스)을 꺾고 포수 대전에서 승리했다.
강민호는 13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강민호는 191표(66.3%)를 받았다. 박동원(LG)은 89표를 받아 거의 두 배 차이로 따돌렸다.
2008년 첫 포수 황금장갑을 꼈던 강민호는 이날 7번째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양의지(8회)의 뒤를 이어 공동 2위에 올랐다.
강민호가 수상하자 박동원은 무대에 올라 꽃다발을 전달했고, 강민호는 포옹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강민호는 "상을 받을 것을 생각 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받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아유가 쏟아졌다. 강민호 수상은 예상됐다는 반응이었다.
이어 "이제 나는 당연한 주전이 아닌 후배들과 경쟁하는 위치다. 내년에도 멋지게 경쟁해서 다시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포수 경쟁은 치열했다. 양의지가 포수 수비 이닝 720이닝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강민호와 박동원의 2파전 양상이 됐다.
강민호는 136경기에서 803이닝을 소화하며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48득점, OPS 0.861, 도루 저지율 0.234를 기록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박동원은 130경기 944⅔이닝 타율 0.272 20홈런 80타점 58득점, OPS 0.810, 도루저지율 0.250으로 활약했다. 팀은 3위를 기록했다.
지표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팀 성적 등이 반영돼 득표를 많이 받은 강민호가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시상식 후 만난 강민호는 후배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소감에 대해 "지금까지 항상 주전이 보장되어 있던 선수였다. 팀에서도 그런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당연한 주전이라는 위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이겨야만이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 시즌 초 부침이 있었지만 그때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렇게 좋은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겨내면서 이렇게 기회가 왔고, 기회를 이어가 7월 MVP까지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초반에 못하면 입지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후배들과 경쟁해서 계속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골든글러브 경쟁을 펼친 박동원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강민호는 "(시상식에) 오기 전 동원이에게 시상식에 갈거냐고 물었다. '나는 네가 받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건데, 같이 가서 누가 받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자'고 했다"면서 "동원이가 와서 축하해주고 꽃다발도 줬다. 멋있는 후배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꽤 많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왔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느낌(?)이 있는데 이번만큼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박동원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
강민호는 "저도 상을 좀 받아봤기에 대충 느낌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뭔가 박동원 선수가 받을 느낌이 나기도 했다"며 "그래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는데 못 받더라도 가서 선배답게 축하해주고 오자는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시즌 전 박동원과 한 이야기도 했다. 박동원이 골든글러브를 받고, 강민호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고 둘만의 약속을 한 것이다.
강민호는 "그때는 진심이었다. 당장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 가는 게 더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골든글러브도 제가 받고, 한국시리즈도 제가 가게 됐는데, 그때 당시에는 진심으로 이야기했었다"고 웃어보였다.
양의지-강민호 양강 체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후배 포수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은 흐뭇하다.
강민호는 "박동원은 올해 너무 잘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양)의지랑 저 말고는 이제 다음 포수의 성장이 더뎠다"며 "그런데 박동원 선수가 많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 같고 그 밑에 김형준 선수나 좋은 포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 포수 선배로서는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팀 후배 이병헌에게도 한 마디 전했다. 강민호는 "올해 많이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험을 쌓았다. 이병헌은 군대 문제도 해결되어 있는 선수고, 삼성 안방을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전했다.
강민호는 양의지의 포수 최다 수상(8회)에 하나 남겨뒀다. 그러나 강민호는 "아마 마지막 수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후배와 경쟁을 해야 되는 입장이다. 열심히 경쟁하면서 시너지를 받아 또 다시 골든글러브 자격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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