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탄핵안 가결 후 기업들 내년 사업 계획 고심
트럼프 리스크까지…임원 전략회의로 위기 대응 모색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탄핵 정국 속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국내 대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경영 환경을 둘러싼 일부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여전히 대외 변수가 큰 만큼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 최소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핵 정국이 연말에 내년 경영 계획을 짜는 시기와 맞물린 만큼 기업들은 더욱 면밀하게 상황을 살피며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주 글로벌전략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과 탄핵 등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를 논의한다. 삼성전자 DX(가전·모바일)부문은 17~18일 수원사업장에서 한종희 DX부문장 주재로 회의를 연다. DS(반도체)부문은 19일 화성사업장에서 전영현 DS부문장 주재로 개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기술력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한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만큼 이 자리를 통해 경영 활동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주 초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했다. 북미·유럽·중남미·중국·러시아 등 9개 권역 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과 후임 북미권역본부장인 랜디 파커 전무도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는 올해 사업계획 점검, 내년 계획 검토, 권역 상황 공유 등을 주제로 토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위한 타운홀 미팅도 수시로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 및 내년도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환경 대응 방안과 신사업 가속화를 위한 '빠른 실행력'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한화, HD현대 총수들은 특별한 연말연시 일정을 두지 않고 '조용한 신년 사업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와 경제계 신년인사회 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의 연례 업무는 그대로 수행할 계획이다. 대신 그룹 차원의 일정은 특별히 정하지 않고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들은 특히 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칠 파급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소비자의 구매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IRA 수혜 업종이었던 전기차·배터리·청정에너지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외교 공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관세 인상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은 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해외 고객과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다만 기업들은 대통령의 탄핵 의결로 노동계의 정치파업이 일단락 되는 분위기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생산과 선박 납기일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국회에 경제 안정에 힘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정 혼란 최소화를 위해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국회는 초당적 차원에서 여야 간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야와 정부, 경제계가 함께하는 여·야·정·경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경제계는 17일 국회를 찾아 우원식 국회의장과 경제 5단체 간담회를 갖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주요 요청 내용은 상법 개정 보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으로 재계는 국회의장에게 기업의 어려움을 알리고 입법 지원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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