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미국 내년 금리인하 4회→2회 예상
한은, 강달러·경기 부양 두고 고심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미국이 간밤 추가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고심에 빠졌다. 강달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도 길어지면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17~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5~4.75%에서 연 4.25~4.5%로 0.25%포인트(p) 내렸다. 9월 0.5%p 인하한 후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이번 결정을 긴축 기조로 해석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지만 최종 금리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p 올라간 수준이다. 당초 내년 미국의 금리인하 횟수가 4번으로 예상됐으나 2번으로 줄어들면서 ‘매파적 인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는 (금리 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내렸고, 중립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1435.5원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국은행은 1450원까지 뚫는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졌다. 환율이 치솟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비상계엄 사태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계엄 사태 이후 소비가 빠르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아졌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4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내년 성장률에) -0.06%p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1월 13일 금통위까지 환율과 내수 흐름을 모두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선제적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물가를 보고 경기에 대한 예측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가계부채가 예상한 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계속 보일 건지 등 데이터를 점검하고 미국 신정부 정책이 어떤 순서로 집행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은 엇갈렸다. 씨티은행은 “한은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이라며 “내년 1월 0.25%포인트(p)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리도 “한은이 내년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총 0.75%p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계엄 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추가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시장금리에 반영된 추가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며 “미 연준의 매파적 기조로 원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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