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년간 10장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신인지명권을 모아 2026시즌을 바라본다.
소문만 무성하던 조상우(30, KIA 타이거즈) 트레이드가 결국 성사됐다. 한여름을 달궜던 이슈가 추운 겨울에 현실화됐을 뿐, 조상우 트레이드는 시간문제였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조상우의 KIA행으로 KIA가 통합 2연패를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 트레이드의 또 다른 초점은 역시 키움 히어로즈의 신인지명권 수집이다.
과거에도 신인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키움처럼 철저히,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었다. 키움은 최근 선수단 운영의 모든 방향을 안우진과 김재웅이 돌아오는 2026년(물론 실제로 2025시즌 막판 복귀)에 맞추고 움직인다.
키움의 최근 4년간 신인지명권이 포함된 트레이드는 다음과 같다. 2022 드래프트 1장, 2023 드래프트 1장, 2024 드래프트 3장, 2025 드래프트 3장을 각각 추가로 확보했다. 2024~2025 신인드래프트의 경우 1~3라운드 상위 30명 중 5분의 1인 6명을 싹쓸이했다. 이번 조상우 트레이드로 2026 신인드래프트에서도 2장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10장이다.
현재까지 팀에 지명된 8명 중 노운현만 올 시즌 후 방출됐다. 나머지 7명은 그대로 팀에 있다. 이미 박동원의 반대급부로 온 김동헌이 대박을 쳤다. 신인이던 2023년 곧바로 주전급으로 자리잡고 이지영(SSG 랜더스)과 안방을 양분했다. 급기야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도 소중한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다.
나머지 7명의 선수 중 이미 1군에 가장 많이 선보인 선수는 이재상과 전준표다. 이재상은 고교 시절 수비 기본기가 상당히 좋은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이미 36경기에 출전했고, 장기적으로 공수겸장 내야수로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준표도 올해 18경기에 등판했다. 선발로도 5경기에 나섰다. 이밖에도 사이드암 이우현, 좌완 박정훈 등이 요주의 인물이다. 150km 넘는 공을 보유한 공통점이 있다.
키움은 2026년에 에이스 안우진, 마무리 김재웅이 온다. 조상우가 떠났지만, 원종현이 풀타임 복귀시즌을 준비 중이고, 강속구 사이드암 이강준도 이적 및 복귀 첫 시즌을 앞뒀다. 김성민과 주승우는 올해 필승계투조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 당장 조상우 공백을 메우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뿐더러, 2026년엔 마운드가 더 강해질 수 있다. 고형욱 단장은 “(2026년 이후)마운드는 걱정 없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키움의 지명권 트레이드에 우려를 보낸다. 드래프트의 취지가 신인들의 균등한 배분인데, 질서를 흔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키움의 지명권 트레이드에 동조한 구단이 이미 5개 구단이다. 이들의 합의가 없었다면 키움의 지명권 트레이드는 불가능했다.
결정적으로 키움은 신인들을 잘 뽑는다. 이게 절대 우연이 아니다. 물론 10개 구단 모두 스카우트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 단, 키움 고형욱 단장은 다른 단장들보다 훨씬 발품을 많이 판다. 시즌 중 1군 경기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십중팔구 전국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회 관찰 때문이다. 키움이 그동안 신인들을 잘 뽑지 못했다면 지명권 트레이드에 대한 뒷말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외국인선수 역시 필요하면 해외를 직접 돌며 풀을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26 신인드래프트도 좋은 선수가 많다는 평가다. 고형욱 단장은 전화통화서 "내년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 가장 중요한 건 2학년들의 내년 모습이다. 고등학생들도 겨울에 스프링캠프를 하는데, 이 기간에 기량 향상이 많이 된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좋은 선수가 만만치 않게 많을 것이다. 내년 드래프트를 잘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이라서 가능한 시도라는 평가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프로는 경쟁이고 모든 팀이 같은 방향성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는 팀이 있으면 저렇게 가는 팀도 있다. 키움도 궁극적 목표는 우승이다. 정해진 제도 속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키움을 비판할 이유가 없다. 단지 2년 연속 최하위에 대한 질타라면, 그것은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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