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기타 연습 중에 피크를 놓쳤다. 손에서 미끄러진 피크가 기타 사운드 홀에 빠지고 말았다. 아 또…! 휴대폰 손전등을 켜 기타 속 여기저기를 비춰봤다. 피크가 있는 위치를 확인한 후 각도를 잘 조절해 다시 사운드 홀을 통해 빼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피크 위치를 사운드 홀에 맞춰 빼기를 포기하고 그냥 기타를 뒤집은 채 마구 뒤흔들었다. 그랬더니 피크가 금세 빠져 나왔다.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기타 넥을 잡는 것도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제는 기타 자체에 많이 편해진 셈이다.
지난 2년 동안 내가 기타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지적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잘 안 되고 못하는 게 당연한데 나는 끊임없이 ‘왜 안 되지?’를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잘 안 되는 이유를 찾는 데 골몰했다.
왼손 코드를 바꿀 때면 다음 코드를 얼른 잘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박자가 빨라지곤 했다. 오른손 스트로크를 할 때도 움직임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리듬을 망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생각이 많고,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은 평소 가족이나 지인에게도 많이 듣는 말이었다. 그런 내 성향이 기타를 배우는 데도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그럴 시간에 연습 한 번 더 하라’는 선생님 말을 실천에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F코드는 맑고 분명한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박자나 리듬도 엉망이 되기 일쑤지만, 이제는 혼자 연주하다가도 고개를 갸웃한다. 레슨 때 연주 직후 선생님이 지적하기 전까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조차 인지 못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이 2년 동안 나는 기타를 배우며 나 자신은 물론 인생에 대해 더 알아간 느낌이다. 세상에는 열심히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게 있음을 새삼 몸소 깨달았다. 노력만큼 늘지 않는 실력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눈물까지 짓던 날들.
그래도 기타 배우기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면서 한없이 부족한 나를, 때문에 외면하고 싶은 나를 줄곧 견뎌냈다.
나아가 스스로를 응원하는 법도 조금은 알게 됐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지만, 좋아하는 것을 못한다고 해서 스스로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말아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2023년 4월 1일에 첫 연재를 시작한 칼럼 <마흔엔 튜닝>을 이번 회로 끝맺는다. 하지만 기타 배우기를 멈추진 않는다.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한 기타는 계속할 생각이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또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환갑 버스킹 때 만날 수 있길.
※<마흔엔 튜닝> 연재 마칩니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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