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 뭐한거야?”
지난 10월21일에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경기초반 김선빈의 ‘만세 세리머니’도 잔잔한 화제였다. 0-0이던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한국시리즈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의 2구를 공략해 좌측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김선빈은 홈런을 직감한 듯 두 손을 들며 ‘만세’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타구는 악천후 속에서 담장을 넘어가지 못했다. 펜스 상단을 직격하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김선빈은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 주력을 올려 3루까지 들어갔다. 삼성의 펜스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은 틈을 파고 들었다.
김선빈은 23일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에 출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나봐요. ‘야, 이건 큰일 났다’ 하고 뛰었죠. 그때 다른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몰랐나 보더라. 타구를 봤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김선빈은 “비가 와서 중단이 됐잖아요, 라커에 앉아있는데 TV에 (자신의 세리머니가)나왔는데 (최)형우 형이랑 애들이 ‘야 너 뭐하냐? 뭐한거야?’ 하고 놀리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덕분에 라커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졌다는 게 김선빈의 회상.
김선빈은 “그때 나는 부끄러운 것보다 ‘아, 됐다. 분위기 띄웠다’ 이 생각이 컸다. 애들 웃겼다. 이것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풀리는 게 느껴졌다. 라커에서부터”라고 했다. 실제 KIA는 비로 중단되기까지 0-1로 뒤졌고, 추가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1차전을 넘겨줬다면 이후 흐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의 생각이었다.
무한 대기시간에 자칫 딱딱 해질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의도치 않은 세리머니(?)로 풀었으니, 김선빈은 그것으로 만족한 셈이다. 그리고 그는 선, 후배들의 놀림거리가 된 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받았다. 아무도 못 받는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한국시리즈 5경기서 17타수 10안타 타율 0.588 2타점 OPS 1.518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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