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땐 이해가 안 됐어요.”
키움 히어로즈가 2025시즌에 가장 기대하는 비밀병기 중 하나가 스리쿼터 이강준(23)이다. 11월7일에 전역하고 팀에 합류, 2025시즌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이강준은 설악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3라운드 22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했다.
2021년 7월31일에 김준태, 오윤석과의 트레이드로 KT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옮겼다. 이후 롯데가 2022-2023 FA 시장에서 한현희를 영입하자 보상선수로 키움 히어로즈로 넘어갔다. 이미 군 입대를 계획했던 이강준은 상무에 입대했고, 전역 후 2025년에 처음으로 키움 팬들에게 인사한다.
한 마디로 KT에서 1년 반, 롯데에서 1년 반, 상무에서 1년 반 있었던 셈이다. 1군 통산 32경기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9.51. 사이드암인데 공은 빨랐다. 그러나 제구와 커맨드가 좋지 않아 1군에서 통하지 않은, 미완의 대기였다.
그런 이강준은 올 시즌 상무에서 44경기에 등판, 3승1패1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0.76으로 맹활약했다. 팔 높이를 자신에게 편하게 약간 높였다. 스리쿼터로 던지기 시작하자 본인도 편하고, 공은 더 묵직해졌다. 자신에게 맞는 매커닉을 찾았다. 10월 중순,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서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160km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트랙맨 기준으로는 158km까지 나왔다고.
이강준의 환골탈태는 기본적으로 상무에서 충실히 운동한 결과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적극 투자하는 키움과도 잘 어울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KT와 롯데에서 보낸 3년이 헛된 건 아니었다. 돌아보면 이강준은 그때 선배들이 해준 얘기를 뒤늦게 곱씹으며 심기일전했다.
최근 고양야구장에서 만난 이강준은 “롯데와 KT 시절엔 이해도가 부족했다. 열심히 하고, 진지한 건 큰 차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투수를 고2때 시작했다. 늦게 시작하다 보니 투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라고 했다.
KT와 롯데에서 고영표, 배제성, 김원중, 구승민 등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을 해줬지만, 이강준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KT에서 영표 형하고 제성이 형에게 많이 물어봤고 해준 말이 많았다. 그때 당시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롯데에서도 승민이 형, 원중이 형도 잘 얘기해줬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강준은 "그런데 그 말들은 기억을 하고 있다. 상무에서 개인적으로 기간을 많이 갖고,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다 보니 ‘아, 그때 형들이 했던 얘기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그걸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강준은 “하나를 이해하니 2~3단계는 쉬워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크게 성장했다. 매커닉 얘기도 많이 들었고,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피칭을 해야 하는지 얘기해준 게 기억 났다. 그냥 ‘폼만 이렇게 던져라’가 아니다. 야구장에 나왔을 때 해야 하는 생각부터 캐치볼 할 때 집중해야 하는 것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형들에게 물어봤고 이해가 된다”라고 했다.
KT, 롯데 시절 투수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이강준은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형들에게 물어보는 걸 좋아한다. 형들이 그럴 때마다 귀찮아 하지 않고 잘 얘기해줬다. 그때 얘기를 잘 듣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키움에도 좋은 선배가 많다. 당장 불펜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원종현이 본격적인 복귀시즌을 갖는다. 평소 후배들을 잘 챙기던 정찬헌이 은퇴 후 코치로 변신했다. “그래서 캠프를 기대하고 있다. 키움 선배들에게 궁금했던 게 많다. 내 것으로 빼먹을 수 있는 걸 빼먹어야 한다. 새로운 선배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잘 물어보고 잘 이해한 이강준의 변신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그 효과를 확인 할 수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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