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중은행 대비 임금 30% 낮아…시간외 수당도 미지급
노조, 추가 파업 검토…사측, 비조합원 연차 사용 자제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시중은행보다 30%가량 낮은 임금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근무수당 체불 문제도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추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27일 오전 11시 을지로 본점 앞에서 기업은행 임단투(임금·단체협약에 관한 투쟁) 비대위원회가 사상 첫 단독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는 조합원 7000~8000명이 참여했는데 기업은행 임직원의 60%가량이 동참했다. 이날 집회는 본점 앞에서 광화문 금융위원회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은행 노조가 파업에 나선 건 시중은행과의 차별임금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통제 하에 인건비를 운용한다.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적용되면서 해마다 시중은행과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보다 임금이 약 30%나 적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금 평균은 약 1억1600만원인 반면 기업은행 평균 임금은 8500만원 수준이다.
또한 기업은행은 임직원들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았다. 지난 2007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총액인건비 제도를 이유로 들고 있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매년 쓸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집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임직원들은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정부에 배당을 하는 탓에 좋은 실적을 거둬도 성과급이 한 푼도 지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해 2조700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급 실적을 새로 쓰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임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을 주지 않은 반면 기재부에는 지난 3년간 1조1000억원을 배당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지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는 차별 임금이고 후자는 수당 체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월 기업은행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지난 12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조합원 88%가 참여한 가운데 95%인 6241명이 찬성하면서 파업이 통과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내년 추가 파업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형선 위원장은 “정부와 은행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노조들도 기업은행 총파업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며 동참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기업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며 “기업은행 차별임금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강영대 한국은행 노조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기업은행 노조의 차별임금을 바로 잡고 체불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대정부 임단투 총파업 투쟁에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주 사내 업무망을 통해 총파업을 대비해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공백이 발생했다.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조합원과 팀장급 직원 등 필수 인력을 통해 점포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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