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한상의 등 경제8단체-참여연대 세미나 개최
"기업경쟁력 약화 우려" vs "주주보호 일반원칙 도입 필요"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거나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를 신설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두고 투자자·시민단체와 경제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8개 경제단체는 27일 상의회관에서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비롯, 상법 및 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 약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 경제계와 투자자 측은 합병가액 산정기준이나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배정 등 실제 문제가 되는 사례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또는 이사의 주주 보호의무 신설 등 상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박일준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상법 개정은 지배주주 외의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력을 보유한 해외투기펀드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특히 중견·중소기업은 분쟁 대응에 취약하다"면서 "다음 주 법사위 상법 공청회도 예정된 만큼 오늘의 논의가 국회의 합리적인 대안 모색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권용수 건국대학교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며 "구체적 행동 지침과 책임 범위 등이 제시되고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실무 관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법 해석에 기업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보 참여연대 금융법센터 소장은 "기업의 이사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고 계신다고 믿지만, 간혹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주주 대상 충실의무를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 비해 한국의 주주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국내외 투자자의 전반적 인식이 우리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재편 등 회사 의사결정이 일반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원이나 이사회가 심도 있게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주주보호 의무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권재열 경희대 교수, 김우진 서울대 교수, 지인엽 동국대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승재 세종대 교수,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는 법리가 정립돼 있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에 배치된다"면서 "모든 주주의 이익 고려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한 만큼 자본시장법을 통해 문제사례만 핀셋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인엽 동국대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산업구조, 임원 성과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탈취가 현실화되면 기업은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성과이며, 전 세계적으로 녹록치 않은 현 상황에서 총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모호한 개념이 상법에 도입될 경우 이사는 배임 우려로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합병 등 4대 자본거래에 대해 구체적 주주보호절차를 명시한 점이 포인트"라면서도 "4대 유형 외의 주주이익 침해행위도 있으므로 주주보호 일반원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현재도 주주보호를 위한 규제가 여러 가지로 마련돼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지배주주 사익편취 문제를 개별 규제로 대응하는 것은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으로 상법에 전체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합병가액 산정 기준,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 배정 등 실제 문제 사례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두고는 큰 이견이 없었다. 대한상의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주주보호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국회 공청회 등 입법 진행경과를 지켜보며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자본시장법 등 개정안이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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