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 블루칼라 여자 |저자: 박정연 |한겨레출판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박단비] 간호사는 여자가, 택시기사는 남자가 하는 식의 생각이 편견임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편견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간다. 아이들 그림 속 소방관은 여전히 남자다. 거대한 중장비를 운전하는 사람도 남자다. 집을 짓고 부수고 고치는 사람들도 남자다. 반면에 일이 끝나고 난 후 뒷정리를 하는 사람은 여자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끼니를 챙기는 사람도 여자다. 병원 데스크에는 여자가 앉아있고, 병든 이들 역시 여자가 간호한다.
나 역시 이런 편견 속에 살았다. 그럼에도 용접, 목공 같은 일에 매력을 느낀 적이 있다. 사무실에 앉아 머리를 싸매며 컴퓨터를 두드리다 문득 구슬땀을 흘리는 일이 하고파졌다. 당시엔 제법 진지했다. 실질적인 방법을 알아보고, 일하는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날 멈추게 한 것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들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무작정 도전하기엔 부담이 컸다. 이 일이 얼마나 나에게 맞을지, 일이 맞는지 알아보기 전에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무작정 버티면 될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중간한 마음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책이 나왔다. <나, 블루칼라 여자>. 이 책에는 남자들만의 험한 일로 불리는 화물차 기사, 용접공, 목수, 주택 수리기사 등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멋진 10인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직접 몸을 움직여 편견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공감과 용기를 전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남초사회를 살아간다. 어떤 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어떤 이는 상처를 숨기고 유머로 넘기며, 어떤 이는 받은 만큼 시원히 되돌려주며. 그들이 버티고 견뎌온 모습들은 매 순간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똑같이 멋있다.
일부러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저를 저대로 드러냈습니다. 살아남으려고 센 척하고 남자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게 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여자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뭐로 보이냐. 나 여자다. 여자가 여자처럼 행동하는 게 뭐가 이상하냐. 그럼 나보고 지금 위선적으로 살라는 거냐” 하고 받아들이라고 따끔하게 말했습니다. (중략) 여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우리가 여자라는 걸 숨길 수도 없지 않나요? 당당하게, 여자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본문 중)
아, 멋있어라!
성별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직군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성별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체력, 근력, 지력, 지구력 등 능력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여성, 남성 구분 없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하면 된다.
성별이 아니라도 다양한 이유로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은 이미 많다. 그깟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에 스스로 일의 한계를 두지 말자. 지레짐작으로 한계를 먼저 설정하지 말자. 우리 그러지 말자.
|북에디터 박단비.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북에디터 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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