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업제안서 공사비 인상 가능성 의혹 제기
네거티브 홍보 일색으로 조합원 신뢰 흔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삼성물산이 제출한 사업제안서가 여전히 논란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조합에 제출한 제안서에 공사비 인상 요소를 교묘히 숨겨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합원들에게 처음 제안된 1조 5625억원이라는 공사비가 더 부풀려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임대아파트를 특정 블록에 몰아 배치한 설계안 역시 서울시의 정책과 배치된다. 서울시는 ‘소셜믹스’ 정책을 통해 임대아파트를 특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설계안이 행정기관으로부터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조합원이 참석한 2차 합동설명회에서 삼성물산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조합원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설명회 자리에서 팔짱을 끼며 답변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또한 삼성물산은 근거 없는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경쟁사를 비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업제안서 살펴보니…추후 공사비 인상 ‘허점’ 내포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서 추후 공사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게 만든 ‘허점’들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공사비로 제시한 금액은 1조 5695억원으로 현대건설의 1조 4855억원보다 840억원 더 높다.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추가로 부담해야 할 공사비는 7200만원에 달한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공사도급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은 앞뒤 다른 사업제안서를 통해 공사비 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제안서 3권 57페이지에서 ‘미분양 발생 시 최초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같은 권 119페이지에서는 ‘급격한 시황 변동 시 복리시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방식, 가격 등을 추후 협의할 수 있다’라고 작성하며 같은 문서에서조차 앞뒤가 다른 입장을 제시했다.
대물변제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금전 대신 다른 재산(물건이나 권리 등)을 제공해 채무를 변제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는 경기 하락 등 부정적인 경제 상황으로 인해 물건이 모두 분양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반대로 물건이 모두 분양되면 대물변제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언급한 ‘급격한 시황 변동’이라는 표현은 경기 하락으로 인해 물건이 모두 분양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제안서 57페이지의 ‘최초 일반분양가로 대물변제’ 방침과 달리 119페이지에서는 추가 협의를 통해 방식과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며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대물변제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물산은 사업비 대여 금리로 ‘CD(양도성예금증서)+0.78%’를 제안했는데 ‘CD+0.78%’ 앞에 ‘현 시점’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며 실제 적용 금리가 조합에 불리하게 변동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에 발송한 공문에서도 ‘당사가 제안한 금리 CD+0.78%는 조합 필수사업비, 사업촉진비, 추가이주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에 대한 고정금리로서 현 시점에 당사가 조달해 대여하는 기준입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추후 금리 변동 가능성을 내포하며 사실상 변동금리임을 시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해당 공문에는 ‘당사의 입찰제안서 기타 조건에 따라 향후 직접 대여, 당사 지급보증 대출 등 조합과 당사에 상호 유리한 방안으로 협의할 수 있음을 확인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그러나 금리에 ‘상호 유리한 방안’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높으면 건설사가 유리하고, 낮으면 조합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구는 삼성물산이 상황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금리를 높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물산의 금리 변동 사례가 조합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도 있다. 원베일리 사례를 확인하면 초기 적용 금리였던 3.58%는 1년 만에 6.94%로 급등했다. 삼성물산은 공문을 통해 ‘최근 국내 자금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이유로 들었는데 이에 삼성물산이 제안한 ‘현 시점’ 기준의 금리가 변동금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 인허가 가능성 없이 특정 블록에만 임대아파트 배치…재설계 수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이 제안한 설계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이유는 특정 블록에만 임대를 몰아넣은 복도식 주공아파트다.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조합에 제안한 복도식 주공아파트는 서울시의 건축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다양한 계층이 한 지역에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재개발 사업에서는 임대 세대가 특정 블록에 집중되지 않도록 권고하며, 심의 과정에서 이를 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31, 32블록에만 임대 세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서울시 정책 기조와 상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복도식 주공아파트가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을 삼성물산 측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네거티브 홍보일색
한편 조합 측에서 양사에 근거 없는 비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여전히 불투명한 주장과 근거 없는 비판으로 상대사를 깎아내리려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승계 논란은 이재용 회장의 법적 처벌로 이어졌으며 당시에도 삼성물산의 행보는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쟁 수주 과정에서 비방전은 흔히 발생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는 삼성물산의 태도는 공정한 경쟁보다 반복적인 근거 없는 비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이 근거 없는 비방전을 이어갔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초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 그랑자이’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삼성물산은 GS건설이 제시한 설계안에 대해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GS건설의 설계는 인허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이 제안서에 ‘사업비 전액을 금리 상승 시에도 변동 없이 CD+0.1%로 책임 조달하며 현대가 지급보증해 조합원의 금융비용을 낮춘다’라는 내용을 명시했음에도 현대건설이 HUG 보증을 받는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는 정부의 ‘가짜뉴스 악성 정보 전염병’ 규제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작년 4월 사회 갈등과 반복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제하고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전면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거짓된 비방이 아닌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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