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FA 서건창이 9일 KIA 타이거즈와 체결한 1+1년 5억원 계약. 누가 봐도 대박 계약은 아니다. 2024시즌 94경기서 타율 0.310 1홈런 26타점 40득점 OPS 0.820. 키움 히어로즈 시절 막판, LG 트윈스에서 보낸 3년간의 성적보다 월등히 좋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백업야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건창은 사연 있는 선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FA 자격을 행사하지 않았다. 셀프 방출 끝 고향팀에서 재기해 FA 4수생 신분으로 시장에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에도 안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도 낸다.
그러나 조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선수 입장에선 선수생활을 천년만년 하는 것도 아니고, FA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때 버는 게 최상이다. 백세 시대에 대부분 선수는 은퇴 후 보장된 게 없다. FA 자격을 1년 미룬다고 드라마틱하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면 1년이라도 어린 나이에 FA를 신청하는 게 맞다. 서건창은 그럼에도 세 번이나 자격을 미뤘으니,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짐작된다.
결정적으로 KBO리그 FA 시장에선 ‘재수 계약’이 통용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예비 FA 시즌에 실적이 애매하다면 1년 계약을 맺거나 옵트아웃을 넣어 단기간에 성적 볼륨을 회복해 곧바로 대박을 노리는 전략을 편다. 그러나 KBO리그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다시 FA 자격을 얻으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근 1~2년 계약을 맺은 하주석(한화 이글스)과 서건창의 경우 이번 계약이 끝나도 3년, 2년간 더 뛰어야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잘해야 좋은 계약을 맺는다. 그렇다고 해도 그 사이 드는 나이를 막을 순 없다. 구단들이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에 직전 시즌 실적이 안 좋은 FA에게 적극적이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구단들은 실적이 좋은 선수, 대체 불가능한 선수라고 판단하면 융숭하게 대접한다. 프로의 세계에 부익부 빈익빈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다. 하주석과 서건창의 경우 대박의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주석은 1994년생으로 아직 31세에 불과하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많은 나이도 아니다. 지금부터 4년간 착실하게 실적을 올리면 30대 중반에 괜찮은 FA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서건창은 지금부터 4년이 지나면 40세다. 현실적으로 FA 신분으로 대박을 치긴 어려워졌다. 대신 비FA 다년계약이란 마지막 기회가 있다. KBO는 2021년부터 공식적으로 비FA들의 다년계약을 허용한 상태다. 4년간 총 16명이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서건창이 1+1년 계약을 마치면 38세 시즌을 앞두게 된다. 이때도 사실상 초대박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야구도 인생도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서건창이 앞으로 2년간 엄청난. 대반전의 활약을 보여주면 KIA가 비FA 다년계약을 제시할지 말지 누가 알까. 수십억원 계약까지 못 맺어도 이번 FA 계약보다 좋은 조건에 다시 다년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참고로 팀 동료이자 선배 최형우는 41세 시즌을 앞두고 1+1년 22억원 계약을 맺었다. 타격장인이라서 가능한 계약이긴 했지만, 누구에게나 문은 열려 있다. 서건창에겐 앞으로 2년이 야구인생에서 참 중요한 시기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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