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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사사키 로키의 빅리그 입성이 임박한 가운데, 국제독립야구협회(AIBI)가 들고일어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경고 및 항의성 서한을 보냈다.
도미니카공화국 'z101디지털'의 헥터 고메즈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도미니카공화국 트레이너들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사사키 로키와 같은 프로 선수들을 국제 아마추어 예산(보너스풀)에서 제외해 도미니카공화국 및 기타 라틴 국가의 유망주 영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후나토 고교 시절부터 16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리며, 일본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사사키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에서 치바롯데 마린스의 선택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 시즌엔 프로에 맞는 몸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던 사사키는 2021시즌 처음 1군의 부름을 받고 마운드에 서게 됐고,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사사키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22시즌이었다. 오릭스 버팔로스를 상대로 무려 1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까닭. 특히 사사키는 13타자 연속 삼진으로 비공인 세계 기록을 작성했고, 다음 판에서도 8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면서, 전 세계 최초로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이라는 위업을 작성할 뻔하기도 하는 등 9승 4패 평균자책점 2.02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사사키는 특급재능이 일본 선수들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해 무려 165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일본의 전승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지난해 치바롯데의 반대로 인해 한차례 빅리그 진출이 좌절됐으나, 올해 데뷔 첫 10승을 수확하는 등 규정이닝 조차 채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결과 드디어 메이저리그 입성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 포스팅이 된 사사키는 아직까지 그 어떤 팀과도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이유는 25세 미만의 선수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분류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아마추어 선수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구단마다 정해져 있는데, 이 보너스풀이 1월 16일 초기화가 되는 까닭이다. 구단 입장에선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사사키에게 이 모든 금액을 베팅할 생각을 갖고 있고, 사사키 또한 일반적인 포스팅이 아닌 만큼 받을 수 있는 만큼은 받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고 160km 이상의 빠른 볼을 뿌리는 특급재능이 메이저리그 입성을 앞두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사키의 메이저리그행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제 아마추어 계약 보너스풀' 때문이었다. 지난 11월 20일 미국 '디 애슬레틱'의 저명기자 켄 롲젠탈은 "사사키 로키가 계약을 맺으면 다른 국제 아마추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로젠탈은 "사사키 로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즉 사사키와 계약한 팀에 의해 버려질 10대 라틴 아메리카 유망주가 생길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과의 구두 계약을 깨트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선수들의 인생을 바꿀 돈을 빼앗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야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너스풀이 초기화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가장 적은 팀은 410만 달러(약 60억원), 가장 많은 팀도 755만 달러(약 111억원)에 불과하지만, 이 금액은 수십 명의 국제 아마추어를 영입할 수 있는 금액. 사사키를 영입하는데 보너스풀을 모두 베팅한 팀의 경우, 보너스풀이 리셋되기 전까지는 아마추어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유망주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12일에는 사사키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손꼽히는 LA 다저스가 두 명의 유망주와 계약을 파기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맺어진 계약이 아닌, 구두 계약이 돼 있는 상태였지만, 유격수 유망주인 대럴 모렐(110만 달러)와 외야 야망주 올랜도 파티뇨(40만 달러)와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2023-2024년 겨울부터 사사키와 이미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두 명의 유망주와 계약을 맺지 않기로 하면서 사사키의 다저스행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미니카공화국의 트레이너들이 들고일어났다. 고메즈에 따르면 국제독립야구협회(AIBI)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항의성 서한을 보냈다. 규정에 따르면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되지만, 엄연히 사사키는 '프로' 선수라는 것이다. 당연히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유망주들에 비해 사사키가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고메즈는 "사사키는 일본에서 4시즌을 뛰었다. 국제독립야구협회(AIBI)는 최고 수준의 선수가 신인의 입장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하는 16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AIBI는 "선수와 코치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결과였던 계약이 사라지는 것을 아이들이 보게 되면 좌절감이 생긴다. 어떤 아이들은 나이를 바꾸거나,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하게 된다"다고 토로했다. 즉 규정상의 아마추어 선수와 계약에 보너스풀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면,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이 피해를 보게 됨으로 '프로'는 '국제 아마추어'로 분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사키와 사례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사례도 있으며, 앞으로 사사키에 견줄만한 선수는 또 나올 수 있다. 우려했던 일이었지만, 다저스가 두 명의 선수와 계약을 파기하는 등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 물론 사사키의 잘못은 아니다. 사사키는 단지 모두가 탐낼 정도의 엄청난 재능을 갖추고 있을 뿐. 규정이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25세 미만의 일본 선수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일본 선수에게 국제 아마추어 계약 규정을 접목하지 못하게 될 경우엔 사사키처럼 자신이 원할 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생떼'를 쓸 수도 있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해결하는 것이 메이저리그 사무국. 일단 사사키 건의 경우 계약이 임박한 가운데, 특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미래를 고려한다면 규정을 손봐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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