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M&A로 시작한 한화그룹, B2B→B2C 사업 다각화
에너지·방산·조선 등 M&A 성과 재조명
김승연 3남 김동선, '푸드테크'…새해 첫 과제는 '아워홈'
두산, 소비재 →중후장대→첨단제조업
OB맥주 등 주력사업 매각…한국중공업 인수
면세점 사업으로 B2C 힘주던 두산, 철수 결정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적극적인 인수합병(MA&A)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그룹들이 다시금 B2C(기업과 소비자간거래) 사업으로 복귀를 통해 재도약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체질 개선을 위해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재편한 한화그룹은 범LG 계열로 국내 2위 단체 급식 업체인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유통 등 B2C 사업에 주력했다가 체질 개선을 하는 과정에서 B2B 위주로 재편했지만 다시금 B2C로 확장을 노리는 것이다.
20여년간 중공업 중심의 그룹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두산그룹도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며 B2C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캐시카우를 확보하려 했지만 철수키로 결정했다.
소비재산업 정리를 선언한 지 20년 만에 B2C 사업으로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주력사업 부진이 있다. 캐시카우가 확보되는 안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실상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푸드테크 공들이는 김동선, 아워홈 인수 나선 배경은
한화그룹은 곧 인수합병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군정 당시 한화그룹의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약 판매를 독점하던 조선화약공판을 낙찰받으면서 그룹 시작을 알렸다.
한화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인수해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한양화학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한화그룹은 1986년 '한양슈퍼'와 '한양쇼핑센터'를 운영하던 한양유통 인수를 통해 유통산업에 진출했다. 한화그룹은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명품(名品) 백화점'이라는 새 개념을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항공우주, 조선, 친환경에너지에 이어 푸드테크 분야까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이는 1989년생 젊은 뱀띠 리더, 한화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수제버거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을 시작으로 비노갤러리아 설립을 통해 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를 타진하며 미래 먹거리인 '푸드테크'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우주항공, 방산, 에너지 등의 사업을 통해서 아워홈의 급식 사업장과 식자재 유통망에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회장(19.28%)이 지분 약 57.84%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100% 기준 기업 가치가 1조5000억 원으로 57.84% 지분의 인수 자금은 86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올해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사실상 가족기업인 아워홈 주주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계약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정관상 기존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면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는 '특별결의'를 거쳐야한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식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3대주주인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4대주주인 셋째 구명진 씨(19.6%)가 보유한 우선매수권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아워홈 인수 시도를 두고 시선은 마냥 곱지 않은 모양새다. 인수가격과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 등 부정적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한화가 합의한 지분을 사들여도 경영권이 온전하지 않아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이 있고, 아워홈의 1조5000억원이라는 몸값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단체급식사업을 하는 상장사인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의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2.91이다. 아워홈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해도 기업가치는 동종 업계 5배를 넘는다.
또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서도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급식업은 통상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워홈은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영업이익률이 5%로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업종으로 어떤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가 합류할 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인수가 이뤄진다면 2020년 이후 4년 넘게 중단된 한화그룹의 단체급식 사업이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부터 독립경영을 시작한 김 부사장이 미래 먹거리 비전으로 '푸드테크'를 내세우고 적극적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아워홈 인수전에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잘나가던 'B2C 왕국' 두산, 면세점 끝으로 B2C '손절'
반면 올해로 창립 129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은 한화그룹과 닮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중장대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과거 주류나 음료를 취급하는 B2C 기업이었다. 1990년대 후반 그룹 주력 사업을 중공업으로 완전히 바꾸며 다시 태어났다.
두산그룹은 1896년 포목점인 '박승직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도 OB맥주, 코카콜라, 3M, 코닥, 네슬레 등 외국 기업들의 국내 비즈니스를 도맡았던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었다. 박승직 창업주는 포목점이 자리를 잡자 맥주 사업을 시작했다. 박 창업주는 일본 기린맥주가 세운 소화기린맥주(훗날 OB맥주)에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동시에 기린맥주 수탁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100주년을 앞두고 있던 두산그룹은 내부적인 한계에 내몰렸다는 판단 아래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1996년 3M 코닥 네슬레 등 합작사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 코카콜라 영업권도 넘겼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소비재보다 중장기 전략에 맞춰 인프라 등 중공업 분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3세대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한 B2B 기업을 거쳐 다시 B2B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취지였다.
두산그룹은 1996년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아 중장비·발전 중심의 중후장대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코카콜라, 버거킹, KFC 등을 차례차례 정리하고, 적극적인 M&A를 통해 중공업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고 이후 2010년 중후반 로봇, 반도체 사업 등 여러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100년 넘게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해온 두산그룹이 한화그룹과 비슷한 결을 가지는 부분이다.
20여년간 중공업 중심의 그룹으로 성장을 거듭하던 두산그룹은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성공하면서 본업인 소비재 사업으로 복귀를 통해 재도약을 꿈꿨다.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면세점 사업을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해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3년 뒤 두산그룹은 두타면세점의 지속된 적자를 근거로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든 면세점 사업은 결국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고, 대기업 면세점 신규 주자인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은 2019~2020년 모두 손을 들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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