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리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도경수를 사랑하는 거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감독 서유민)은 시간의 비밀이 숨겨진 캠퍼스 연습실에서 유준(도경수)과 정아(원진아)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되는, 기적 같은 마법의 순간을 담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 '덕혜옹주' 각본과 '내일의 기억' 연출을 맡았던 서유민 감독이 2008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이야기는 2019년 명운대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익숙한 일체형 책상과 어설픈 축제 부스, 기억을 더듬게 하는 건물과 강의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그 속에서 유준과 정아는 운명처럼 '쿵!'하고 만나 '앗!' 하는 사이 가까워진다. 뚜벅뚜벅 직진하는 유준과 맑고 천진난만한 정아는 풋풋하고 발랄한 캠퍼스 커플 그 자체다.
이들이 눈을 마주하며 웃을 때마다 어딘가 간질간질하다. 피아노를 칠 때의 그림도 예쁘다. 손가락이 건반 위를 춤추고, 미세하게 몸이 흔들리고, 눈빛은 반짝인다. 통, 통 건반과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원작과 차별화를 위해 '시크릿(Secret)'을 제외하고 새롭게 선곡한 곡들이 조금씩 힘을 더한다.
다만 차근차근 밟게 되는 클리셰가 싱그러움을 반감시킨다. 유준이 홀로 멋있는 대답으로 감탄을 받거나, 축제에 갑자기 붙들리거나, 교수의 지목에 무심하게 힌트를 준다거나. 예쁜 스커트를 입고 한쪽 팔에 책을 낀 인희(신예은)도 그렇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배성우까지. 에어팟이 아니라 줄 이어폰, 2008년이 딱이다.
배경이 음대로 옮겨진 것도 아쉽다. 조금의 치기와 허세 섞인 '피아노 배틀'은 음대 3학년이라는 설정과 붙으면서 삐그덕 댄다.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 사이 홀로 끼지 못하고 현실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다. 상대 연주자까지 한번 눈에 들어오면 머쓱함은 배가 된다. 이 때문인지 '꽃'이자 '백미'로 꼽힐 명장면이라기엔 다소 허무하다.
반전 또한 너무나 친절하게 힌트가 산재하다. 2025년 리메이크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처음 만났더라도 빠르게 눈치챌 수 있다. 이야기가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일찌감치 '비밀'을 알아챈 탓에 유준과 정아의 애절한 이야기를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게 된다. 그 시간은 다소 지루하고, 마지막 분명 뒷심을 발휘하지만 조금 늦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없는 비밀'에는 도경수가 있다. 하품을 하고 눈을 감고, 손바닥을 비비는 사소함이 모여 현실 어딘가의 유준을 그리게 한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도, 몇 없는 내레이션도 깊숙이 박히게 하는 목소리가 큰 힘이다. 언제나 그렇듯 도경수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그윽함이 있다. 멜로 한 방울만 더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배성우와 케미도 깨알 같다.
원진아는 깨끗하고 맑은 미소로 그림 같은 첫사랑이 됐고, 통통 튀는 신예은도 사랑스럽다.
오는 28일 개봉. 러닝타임 103분, 전체 관람가.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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