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덩치는 이만한데 소심해가지고.”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어떻게 부임 첫 시즌에 통합우승 감독이 됐을까. 지난 13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는 퓨처스 감독 경험, 또 하나는 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후자가 눈에 띄었다.
우선 이범호 감독은 세대에 따라, 선수의 성격에 따라 접근법을 다르게 가져갔다. 감독의 한 마디가 선수 개개인과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조심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이우성, 최원준, 변우혁 등은 감독의 말 한 마디에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라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디테일하게 한다고 했다.
어느 날 이우성이 병살타를 쳤는데 자신과 가장 먼, 덕아웃 구석에 가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범호 감독은 “(손)승락(수석코치)이한테 승락아 쟤(이우성) 이리오라고 해라. 저 구석에 가서 이러고(소심하게 쪼그려 앉았다) 있다. 뺄 거 아니니까 이리 오라고 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가 감독의 눈치를 본 나머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걸 가장 경계한다. 그는 “다음에 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구석에 가서 그러고 있냐고 하니까. ‘이게 내 스타일입니다’ 라고 하더라. 스타일은 뭔 스타일이야. 됐고 이리 와. 괜찮다. 못 치면 어때. 다음 게임에 우성이 니가 쳐서 이기면 되잖아”라고 했다.
선수들은 팀의 승패에 책임감을 가지면 될 뿐, 자신이 소위 말하는 ‘나 홀로 가슴에 십자가를 품고 갈’ 이유는 없다는 게 이범호 감독 생각이다. 하루 못 했다고 ‘죽상’할 필요도 없고, 잘 했다고 과하게 들 뜰 필요 없다는 얘기다.
사실 이우성은 올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부진했다. ‘타격 전문가’ 이범호 감독은 당연히 문제점이 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작년 어느 날 “올해는 올해로 끝내고, 내년에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했다. 굳이 ‘부진의 디테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우성은 이범호 감독과의 신뢰관계를 확인하고, 올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우성은 올해 좌익수로 돌아간다. 최형우와 함께 괌에서 개인훈련을 소화하며 올 시즌을 준비 중이다. 하위타선의 뇌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KIA 타선에서 매우 중요한 선수다.
이범호 감독은 “지는 것은 전체가 감수하면 된다. 지면 누구 때문에 졌다? 이범호 때문에 졌다? 그러면 감독님이 이래라, 저래라, 작전을 이렇게 하면 이겼을 텐데. 그런 말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래 봤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면 또 상처가 된다. 그날 지면 지는 것으로 끝, 이기면 이기는 것으로 끝이다”라고 했다. 그래야 개개인이 상처를 덜 받고, 팀 케미스트리는 유지된다. V12의 원동력 중 하나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의 지론이다. 역시 그는 준비된 감독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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