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악착같이 나가겠습니다"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 43주년 기념식을 통해 '캡틴'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양의지는 "두산 주장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며 "후배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의지는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 전체 59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1군 무대에서 단 3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던 양의지는 곧바로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2010년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127경기에 출전해 100안타 20홈런 68타점 48득점 타율 0.267 OPS 0.819라는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며 신인왕 타이틀과 함께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0년 이후 세 시즌 연속 홈런 수가 급감했던 양의지는 2014년부터 다시 '한 방' 능력을 끌어올리기 시작, 두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거듭났고, 2018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팀을 옮긴 뒤 NC의 첫 번째 우승을 견인한 양의지는 2022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한번 FA 자격을 갖추게 됐고, 4+2년 총액 152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다시 두산으로 돌아왔다.
양의지는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23년 129경기에 출전해 134안타 17홈런 68타점 타율 0.305 OPS 0.870을 기록하며 변함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119경기에서 135안타 17홈런 94타점 타율 0.314 OPS 0.858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두산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복귀 3년차인 올해, 두산에서는 처음으로 '캡틴'의 중책을 맡게 됐다.
15일 창단 43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양의지는 "작년에 (양)석환이가 잘해줘서, 주장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코칭스태프 쪽에서 '주장을 해야 되겠다'며 왜 주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줘서 하게 됐다"며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이제 한 번 할 때가 됐다'고 하시더라. 두산에서는 한 번도 주장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주장을 맡게 됐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그래도 주장의 경험이 전혀 없진 않다. 양의지는 NC 시절 캡틴의 중책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주장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선수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주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두산의 주장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어린 선수들도 나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은 두산은 이번 겨울 전력 유출이 적지 않았다. 10년 이상 두산의 3루를 지켜주던 허경민이 KT 위즈로 이적했고, 지난해 다시 부활에 성공한 김강률이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반면 두산은 외부에서 새로운 자원을 영입하진 않았는데, 내부에서 선수가 바라보는 팀 전력은 어떨까.
그는 "전력적으로 보강은 없었지만, 작년 우리는 가장 젊고 좋은 불펜을 가졌었다. 올해는 더 강해질 것이고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10개 구단에서 가장 좋은 불펜을 보유하고 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경기를 할 때 팀 배팅을 비롯한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할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자신이 강해지면 팀도 강해지고,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론 등의 스포트라이트도 이겨내야 한다. 이 부분을 형들이 조금 더 집중적으로 알려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의지는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지난해 수치만 놓고 본다면 나무랄 데가 없지만, 성적 외적으로는 지난해 매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인해 지명타자 출전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때문에 2년 연속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양의지는 "작년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은 경기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도 다잡았고, 비시즌 때는 치료를 받으면서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며 "포스트시즌을 더그아웃에서 보는데 답답하더라. 보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고참이 나가서 힘을 내주고, 경기를 풀어주는 것이 필요한데, 동생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을 갖고 동생들에게 조금 더 열심히, 좋은 선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정 이닝 수를 정해놓진 않았으나, 작년보다는 마스크를 많이 쓰겠다는 것이 양의지의 설명이다. 그는 "포수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 작년에 (강)민호 형이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느꼈다. 악착같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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