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계엄 이후 고환율에 물가 상승 우려
금통위원 전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연 3%로 묶으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계엄 사태가 불거지면서 경기가 크게 위축된 만큼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이어가면서 3회 연속 인하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 고환율 지속…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금통위는 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증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3일 계엄 사태 이전만 해도 1400원을 하회했으나 이후 1400원대로 껑충 뛰었다. 한 달이 넘게 지났음에도 1400원대 중반을 넘어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원·달러 환율은 1456.3원이다.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는 2%로 이하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다소 높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8%로 소폭 낮아졌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 수준이다.
한은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요압력 등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아진 환율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 美 트럼프 취임·FOMC…불확실성 확대
미국 트럼프 정부가 20일 취임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동결을 결정한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관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달러 강세가 증폭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하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도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작년 9월 전망치(3.4%)보다 0.5%p 높아졌다. 현재 금리가 4.25∼4.5%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2회만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4회에서 2회 줄어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경기 부양 필요…다음달 인하 전망
다만 탄핵 사태로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면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다음달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1월 전망치인 1.9%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어서다. 이날 금통위에서 신성환 금통위원은 환율과 물가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은도 경기 부양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금리인하 사이클은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총재는 “그동안 금리를 두 번 인하했고 금리 인하 사이클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대내외 상황을 점검하면서 금통위원들과 조정 시기를 고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3개월 내 금리 전망에서 금통위원 6명 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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