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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더 높은 커리어를 가질 수 있다"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아픔을 맛본 두산 베어스는 이번 겨울 전력 보강에 소극적이었다. 플러스 요소는 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만 가득했다. 특히 1군에서만 13시즌을 뛰며 '핫 코너'를 막아왔던 허경민이 4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통해 KT 위즈로 이적했고, 15시즌 동안 26승 56홀드 46세이브 평균자책점 3.81 평균자책점 3.81의 성적을 남긴 김강률도 3+1년 총액 14억원에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게다가 '국가대표 유격수' 김재호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김강률의 공백은 지난해 '필승조'로 거듭난 이병헌과 최지강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유망주들로 메울 수 있지만, 주전 3루수 허경민과 유격수 김재호의 공백은 꽤 치명적이다. 지난 2023시즌에 앞서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은 주전 유격수 찾기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도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다. 급기야 시즌 막판에는 '베테랑' 김재호의 출전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허경민까지 빠지게 된 것이다.
이승엽 감독은 "전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했으면 보강 요청을 했을 것이다. 물론 허경민의 공백은 클 것이다. 10년 이상 두산의 3루를 지켜온 선수가 빠진 공백은 클 수밖에 없으나, 허경민의 계약 소식이 나온 다음날부터 선수들의 눈빛이 변하더라. 자치를 차지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보였다. 넘보지 못할 자리가 비다 보니,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두산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내야에 큰 변화를 줄 생각을 갖고 있다. 핵심은 '강승호'다. 지난 2021년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는 이적 첫 시즌 113경기에서 7홈런 타율 0.239 OPS 0.67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22시즌 134경기에서 117안타 10홈런 62타점 타율 0.264 OPS 0.709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내더니, 2023시즌에도 127경기에서 111안타 7홈런 타율 0.265 OPS 0.703을 기록하며 '에버리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후반기에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전반기의 강승호는 94안타 13홈런 53타점 타율 0.287 OPS 0.831으로 매우 뜨거웠다. 그 결과 140경기에 출전해 146안타 18홈런 타율 0.280 OPS 0.80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에 두산은 2루수 강승호가 아닌 3루수 강승호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2루수에서 수비 실책이 매우 많은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 강승호의 실책은 멈춰 섰고, 리그 공동 12위(12개)로 마무리했다. 일단 공격력에서 문제가 없다면, 두산은 2025시즌 강승호에게 3루수를 맡길 예정이다. 매년 두산의 고과 1위를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강승호는 기복이 없는 시즌을 보내기 위해 2024년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이승엽 감독은 "강승호는 겨우내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 항상 9시에 잠실에 출근을 했다고 하더라. 내가 오후에 나오면 강승호를 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성실했다"며 "강승호의 능력이라면 더 높은 커리어를 가질 수 있다. 원래 강승호는 유격수로 입단을 한 선수다. SK 시절에는 3루수를 보기도 했다. 본인은 3루 이동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있다고 한다"고 강승호의 포지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산이 강승호의 포지션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더 많은 선수들을 활용하기 위함. 강승호가 이동하면 여동건과 오명진 등을 2루수로 활용할 수 있다. 관건은 3루수로 이동한 강승호가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에 이승엽 감독은 "강승호가 3루수가 안 된다면 머리가 아파진다. 타격을 살리기 위해선 2루를 하는 것이 맞지만, 3루에서도 강승호의 타격이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타격도 타격이지만, 강승호가 3루에 안착을 할 수 있는지 체크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2루에 쓸 자원들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강승호가 3루수로 안착하게 된다면, 두산은 유격수와 2루수 찾기에 모든 것을 쏟아낼 예정이다.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오명진, 박지훈, 여동건, 박준순까지 7명의 유격수 자원이 있다. 유격수가 빨리 잡혀야 한다. 축을 잡아 줘야 한다"며 "박준영을 유격수로 생각했는데,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지난해에도 풀타임을 뛸 수 없는 몸 상태였다. 1년 내도록 유격수 자리를 맡아줄 수 있는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승호가 3루수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물론 키스톤 콤비까지 '미지수'인 상황이지만,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겨우내 팀 내에서 '경쟁구도'가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불안하기보다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캠프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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