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 3번에 계속 놔뒀으면 40-40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024년 9월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간판타자 김도영(22)을 3번타순에서 1번타순으로 옮겼다. 9월17일 인천 SSG랜더스전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면서, 김도영의 40-40을 홀가분하게 밀어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김도영은 9월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시즌 40도루를 달성했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잔여시즌 도루 금지를 지시했다. 한국시리즈도 남았으니 더 이상 무리하게 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3루타 및 헤드퍼스트슬라이딩 금지령을 실시하는 중이기도 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김도영이 9월23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시즌 38호 홈런을 터트린 뒤 잔여 5경기서 단 1개의 홈런도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38홈런-40도루로 화려한 2024시즌을 마쳤다.
사실 김도영은 1번타자로 변신한 뒤 멀티히트를 네 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김도영은 본래 홈런을 의식하고 타격하는 타자가 아니다. 그러나 감독의 배려에 홈런을 의식하면서 타석에 들어섰다고 고백했고, 결국 40홈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15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 이대호[RE:DAEHO]에 출연, 이미 1번타자로 올리고 5경기 정도 지나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당시엔 그냥 놔뒀지만, 결과적으로 1번타자로 올린 건 자신의 패착이었다고 인정했다.
이범호 감독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3번에 놔뒀어야 했는데.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가게 1번을 치는 게 (홈런 40개를 칠)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한 타석이 중요한 게 아니고 쳤던 자리에서 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온몸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경험상 갑자기 타순이 바뀌면 루틴에도 영향을 미치고, 안 좋을 수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1번에 갖다 놓으니까 도영이는 치고 싶고, 투수들은 승부를 안 하고. 계속 타이밍이 늦고, 어떨 땐 너무 빠르고. 중반쯤 됐을 때, 한 5경기 남았을 때 ‘아, 내 미스다. 그냥 3번에 계속 놔뒀으면 40-40을 했을 건데’라고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3번에 놔뒀어야 했는데. 3번에 놔뒀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라고 했다.
이대호는 김도영이 마지막 시즌을 앞둔 타자도 아니고,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이범호 감독을 위로했다. 그렇다고 해도 40-40의 기회가 매 시즌 찾아오는 건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아무리 천하의 김도영이라고 해도 40-40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당장 올해 김도영이 40-40 기회를 잡을 것인지도 미지수다. 김도영은 40-40 실패에 대해선 수 차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후회도 하고 고민도 하는 게 모든 감독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지도자는 그만큼 달라질 여지가 있고 성장의 동력이 생긴다. 이범호 감독이 ‘젊은 명장’을 향해 잘 달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도영은 올해도 붙박이 3번타자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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