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매각 난항에 청산 가능성↑

메리츠화재 외 인수자 찾기 어려워
청산 시 124만 계약자 피해 입을듯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매각을 추진 중인 MG손해보험이 노동조합의 반대로 실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매각이 불발될 경우 새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청·파산이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17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지난달 9일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메리츠화재는 인수를 위해 MG손보 실사에 돌입했지만 한 달 넘도록 지연되고 있다. MG손보 노조가 실사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에 ▲보유 계약 ▲보험 부채 현황 ▲국내외 투자 자산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MG손보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실사를 거부하는 중이다. 메리츠화재 대신 다른 인수자를 찾으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예보가 MG손보에 협상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MG손보 노조는 “MG손보가 메리츠화재로 인수되면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년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을 반대한다”고 전했다.

재매각에 나서더라도 메리츠화재가 아닌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 간 MG손보 매각을 추진했으나 유효한 입찰자가 메리츠화재뿐이었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보는 MG손보 노조의 방해로 매각이 불발될 시 청·파산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예보 관계자는 “실사 미진행으로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정리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MG손보가 청·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보험계약자 124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까지만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MG손보 영업가족협의회도 금융당국에 신속한 매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MG손보 영업가족협회의는 설계사와 대리점으로 구성된 단체다.

빠른 매각이 MG손보에도 유리하다.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영업력이 악화한 상황이다. 장기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2년 말 9만5394건에서 2023년 말 8만3965건, 지난해 9월 말 5만173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예보는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예보 관계자는 “업무방해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접근 금지 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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