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 이사 수 19인 이하 제한도 '찬성'
고려아연·영풍 측 각 3인 후보에 찬성
영풍·MBK "최윤범 자리 보전 연장 악용" 반발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공단이 쟁점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했다.
캐스팅보트인 외국계 기관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만큼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쏠렸다.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이날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수책위가 최윤범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은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안건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의 승패를 가를 핵심 안건 중 하나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MBK 연합 측이 이사회 과반을 선임하지 못하게 되면 최 회장 측이 이번 경영권 분쟁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MBK 연합의 고려아연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지분율은 46.69%다. 최 회장(우호 지분 포함)측에 7~8%포인트(p) 격차로 앞서고 있다.
집중투표제 안건 투표에서는 MBK 연합이 불리하다. 영풍과 장형진 고문,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의 특수목적법인) 등 세 주주가 대부분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집중투표제 안건 투표에서는 세 주주가 9% 정도의 지분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이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일명 '3%룰'이 적용되는 데 따른 것이다.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도 최대 3%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특수관계인과 우호세력으로 지분이 더 잘게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두 번째 안건인 이사 수 상한제한도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이사회 이사를 19인 이하로 제한된다. 이사회 수를 늘리려는 MBK 측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쟁점 안건인 이사 선임은 양측의 추천 이사를 각 3인을 선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 측 명단에서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James Anderew Murphy)·정다미·최재식 후보, 영풍·MBK 측의 명단에서는 권광석·김용진·변현철 후보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했한다.
국민연금의 선택으로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28일 기준 고려아연 주식 93만4443주(4.51%)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측(33~34%로 추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40.97%)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기에 이번 분쟁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로 주목을 받았다.
국민연금 수책위가 최 회장 손을 들어주자 영풍·MBK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결과 직후 입장문을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 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 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할 것이고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올린 안건과 MBK·영풍 측이 제시한 안건을 두고 주주 간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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