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님에게 잘 보여야지.”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8)이 17일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위와 같은 마음을 먹지 않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석민도, 최원준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박찬호도 이범호 감독을 두고 “명장”이라고 했다.
‘타이거즈 선배’ 윤석민이 후배 최원준과 박찬호를 만나자 자연스럽게 2024시즌 V12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누구 하나 ‘자신의 밥그릇 챙기는 야구’를 하지 않아서 통합우승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이범호(44) 감독이 잘 만들었다. 작년 2월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지만, 준비된 사령탑이었다.
젊은 명장의 향기가 난다. 단순히 부임하자마자 통합우승을 이끌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 얘기를 들어보면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최원준은 “감독님 멘탈은 특이하다. 좀 다르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최원준은 “3연패하니까 2등하고 게임 차가 좁혀지는 것이다. 저희가 계속 이기면 2등이랑 승차가 차이가 난다. 감독님은 ‘이제 많이 지고 왔으니까 이길 때 됐을 때 2등을 만났네, 뭐 지고 2등하면 되지’ 이런 말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말 한 마디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 실제 이범호 감독은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에 나가 선수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는데 신경 쓴다고 털어놨다. 그것만큼 사기저하에 결정적인 게 없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감독님이 너희 앞에서 태연한 척 많이 했네. 속으론 속앓이도 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너네 앞에선 태연하게,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네”라고 했다. 박찬호는 “지금 감독님이 감독이 안 됐으면 저희가 우승할 수 있었을까요? 유능한 감독은 그냥 맡기는 감독이다”라고 했다.
최원준은 그런 이범호 감독의 어려움을 헤아렸다. “그게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프로야구 감독을 할 정도면 슈퍼스타 레벨이다. ‘내가 던지는 게 보여. 팔이 다 벌어지는 게 보여. 말해주면 잘 할 것 같은데 그냥 지나치기 어렵잖아요. 그 상황서 감독은 ‘이것만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한 마디 툭 던질 수는 있다. 감독님은 선수가 물어보지 않으면 야구에 대해선 먼저 선수에게 ‘어떻게 해라’라고 한 걸 본적이 없다”라고 했다.
그래서 KIA 선수들은 마음 편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야구, 자연스럽게 팀을 위한 야구를 할 수 있다. 최원준은 “내가 야구하면서 처음으로, 프로에서 ‘감독님에게 잘 보여야지’ 이런 야구를 안 했다. 대부분 잘 보이려고 하잖아요. ‘콩고물 떨어지나? 경기에 나갈 수 있나?’ 이런 것 있잖아요 솔직히. 그런데 그런 게 없었다. 감독님은 그런 관점이 없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찬호와 최원준은 KIA에 대한 로열티, 팀 퍼스트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들에겐 선수들에게 큰 신뢰를 주는 이범호 감독의 존재감도 든든하다. 두 사람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다. 어느 팀과 협상하든 돈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두 사람이 가장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이범호 감독이라는 것을. 이들은 1년 전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나란히 “감독님을 존경한다”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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