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형님, 한국시리즈니까 냄새 많이 맡으십시오.”
KIA 타이거즈 상남자 포수 김태군(36)은 실력에 비해 백업으로 뛴 시간이 길었다. 그러나 의미 없는 나날들이 아니었다. KBO리그 레전드 포수로 꼽히는 강민호(40, 삼성 라이온즈), 양의지(38, 두산 베어스)를 주전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NC 다이노스에서 3년간 양의지와 함께했다. 2022년엔 양의지와 헤어지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강민호를 만났다. 강민호와 2023년 7월까지 1개월 반 동안 함께했다. 김태군은 두 레전드와 4년 반을 함께하고 KIA로 이적해 주전포수로 뛰었다. 그리고 1년 반만에 KIA에서 통합우승포수가 됐다.
궁금했다. 김태군이 본 양의지와 강민호의 차이점을. 김태군은 지난 20일 김태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를 통해 이 얘기를 꺼냈다. 작년 한국시리즈서 맞붙은 강민호와의 에피소드가 많았다.
우선 김태군은 “달라요. 너무 달라요”라면서 “민호 형 같은 경우 ‘우리 이렇게 해보자’ 이러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데, 의지 형은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뚱하다. 역전 홈런을 쳐도 표정 변화가 없다. 그런데 눈은 막 돌아가고 있다.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라고 했다.
양의지와 강민호는 국가대표 공수겸장 포수이자 리빙 레전드 반열에 오른 포수들이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투수리드 스타일부터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많다. 양의지가 타자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라면 강민호는 투수의 장점을 살려주는 리드를 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양의지도 투수 장점을 살려줄 줄 알고, 강민호도 타자 약점을 파고드는 리드가 가능하다. 김태군은 웃으며 “두 형의 중간을 따라가면 좋겠다”라고 했다.
성격 좋고 시원시원한 강민호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먼저 김태군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후문. 김태군에 따르면 강민호는 “멋있게 해보자”라고 했다. 그러자 김태군은 “형님 멋있는 거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우승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경기 중 타석에서 건넨 코멘트가 일품이었다. 김태군은 “형님, 한국시리즈니까 냄새 많이 맡으십시오”라고 했다. 이룰 것 다 이룬 강민호는 작년 한국시리즈가 생애 첫 한국시리즈였다. 평소에도 “한국시리즈 냄새만이라도 맡고 싶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강민호의 첫 한국시리즈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물론 김태군은 강민호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다. “민호 형이 정말 많이 챙겨줬어요. 삼성에서 적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했다. 골든글러브를 넘겨줬다는 김태균의 질문에 대해선 “전혀 아쉽지 않다. 성적이 차이가 많이 났다. 민호 형은 3할을 쳤다. 회춘했다”라고 했다.
김태군은 NC 시절이던 2020년에 이어 2024년 KIA에서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포수가 되는 동안 양의지와 강민호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렇게 한국야구는 2024년에 김태군이란 좋은 포수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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