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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캐스팅보터'로 지목된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지지하면서 승기를 잡은 듯했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졌다.
집중투표제를 통과시킨 뒤 이를 적용해 이사를 선임하려던 고려아연 측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반면, MBK와 영풍 측은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의결권 지분이 더 많은 MBK와 영풍 연합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나오지만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번 가처분은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실상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이 청구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의안을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신청하면서 진행됐다.
재판부는 "1월23일 개최되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1-1 안건 가결 여부와 관계없이 1-2 안건이 가결될 경우 4호 의안을 상정해야 한다"며 "1-2 안건이 부결될 경우 5호 의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1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최 회장 측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곧바로 임시주총 안건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법원은 상법에 따라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경우 집중투표청구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건부 청구는 정관 변경 후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법이 규정한 주주총회일 6주 전 청구 기한을 준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 판단의 핵심은 가처분 신청 전부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임시주총과 관련해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을 경우 이를 근거로 이사를 뽑는 2호 안건, 즉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일부 인용·일부 기각 결정이다.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 자체를 도입하는 1-1호 안건은 문제가 없는 만큼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안건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결권 자문사의 70% 가량이 찬성을 권고했고, 소액주주단체들도 지지를 표명하면서 통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인 1-1호 안건이 가결될 경우 이번 임시주총이 아닌 다음 주총부터 집중투표제를 통한 신규 이사 선임이 가능한만큼 이에 맞춰 임시주총 및 정기주총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남은 쟁점은 과연 MBK와 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중 얼마나 과반의 찬성을 받아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느냐 여부다.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제3의 주주들이 MBK와 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 일부만 찬성을 권고했고, 글로벌 의결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전원에 대해 전부 반대했다. 14명 모두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와 영풍 측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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