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늙은이가 거기(4번타자) 차지하고 있으면 안 돼요.”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는 2022년 전임감독 취임식 직후 취재진에 “6번을 치고 싶다”라고 했다. 당시 전임감독은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라고 했다. 그렇게 최형우는 2017년 KIA 이적 후 작년까지 꾸준히 4번타자를 맡아왔다.
나성범이 2022년 입단한 뒤 4번 타순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3번이나 5번에 배치되는 날이 많았다. KIA의 2017년 통합우승에도 2024년 통합우승에도 4번타자는 최형우였다. 최형우를 위협할 4번타자가 나오지 않았고, 최형우 역시 마흔이 되자 회춘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김도영이 4번을 쳐도 무방하지만, 3번이 더 어울린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2025시즌, 마침내 최형우가 4번타자에서 졸업할 기회를 맞이했다.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친 외국인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한 방 잡이로서, 4번타자다운 타격을 한다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도 기본적으로 위즈덤을 4번타자 1순위로 생각한다. 그러나 최형우는 2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개인적으로 외국인타자는 믿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만큼 팀과 개개인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최형우가 4번타자를 정말 하기 싫어서 6번타자를 희망하는 게 아니다. KIA의 미래를 위해 이제 4번타자 같은 팀의 상징적인 자리는 후배들이 맡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이제 후배들이 중심을 잡고 자신은 후배들을 서포트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김도영이란 슈퍼스타가 등장했지만, 최형우는 다른 후배들의 분전을 바란다.
최형우는 “물론 당연히 그 친구(위즈덤)가 잘 했으면 하죠. 괜히 또 내가 위로 올라갈 일은 없게 만들어야죠”라고 했다. 2022년 전임감독 취임식 당시 6번타자 희망 인터뷰를 언급하니 기억난다면서 “당연하죠. 그건 당연한 겁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개인적인 건 필요 없다. KIA가 발전하고 더 좋아지려면 저 같은 타자는 잘하든 못하든 이제 좀 (4번타자에서) 물러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도 늦긴 했지만, 3년 전부터 물러나야 했고,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중심타선을 치면서 팀이 더 발전해 나가고 그렇지, 늙은이(자신을 지칭)가 거기 차지하고 있으면 안 돼요”라고 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대충 야구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최형우는 “좀 뭘 바꾸긴 했는데, 내 입으론 말하긴 좀 그렇고. 그래도 변화가 있긴 했다. 나도 그런 스윙을 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쉽지 않겠지만 작년에 비해 폼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나이, 운동능력에 맞는 폼을 새롭게 장착해 잘 해보겠다는 다짐이다.
KIA를 사랑하는 최형우가 후배 타자들을 위해 던진 뼈 있는 얘기다. 팩폭이다.
인천공항=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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